[데스크 칼럼] '첫눈 공휴일' '소비 공휴일'

임성훈

발행일 2016-04-2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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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의 첫눈, 국민과 함께 기쁨 나누려는 국왕의 마음
휴무 못 누리는 中企근로자·소상공인 상대적 박탈감
우리의 실망스런 국정운영철학에 푸념만 나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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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정부가 어린이날 다음날인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달라는 대한상공회의소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고 보니 히말라야 산맥 기슭의 작은 나라 부탄이 떠오른다.

부탄은 참으로 희한한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이 2천달러 정도에 불과한 최빈국이지만 국민 100명 가운데 무려 97명이 '나는 행복하다'고 답할 정도로 행복지수 1위를 기록한다.

뜬금없이 이 작은 나라가 떠오른 것은 이러한 보잘것 없는(?) 경제 규모나 이에 대비되는 행복지수 때문만은 아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휴무시스템이다.

부탄에 첫눈이 오면 그 다음 날은 공휴일이 된다. 부탄이 눈이 귀한 나라는 아니다. 전 지역에서 눈을 쉽게 볼 수 있으며 특히 해발고도 3천m가 넘는 북부 고산지대는 늘 겨울이다. 그럼에도 불구, 첫눈 공휴일이 생긴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1년 내내 눈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열대의 섬나라 자메이카라면 모를까.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쿨러닝'을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듯 싶다.

어쨌거나 부탄 하면 이 나라의 국민들이 활짝 웃으며 두 손 벌려 첫눈을 맞이하는 풍경이 떠오른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우리나라의 임시공휴일을 들여다본다. 눈 내린 부탄의 산야에 머물렀던 감성이 어느새 눈 녹듯이 사라진다. 부탄의 첫눈 공휴일과 우리나라의 이번 임시공휴일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리라.

우선 공휴일의 콘셉트를 보자. 부탄의 첫눈 공휴일에선 '여유와 낭만'이라는 정신적 요소를 엿볼 수 있다. 반면 이번 임시공휴일은 '소비와 경제'라는 물질적인 요소에 매몰돼 있다.

공휴일의 수혜자 또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부탄에서 첫눈 공휴일은, 눈이 많이 내려야 지정된다. 첫눈의 기쁨에서 소외되는 국민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어떤가. 눈은 대기업의 첨단빌딩 위에도, 중소기업의 자재 쌓인 허름한 창고 위에도,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파는 영세상인의 머리 위에도 내릴 터이다. 그러나 이번 임시공휴일의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임시공휴일 지정소식이 알려지자 휴무를 누릴 수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나 소상공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게 임시공휴일은 관공서나 대기업 등 제도적 보장이 가능한 곳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정부의 대국민관에서도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부탄의 첫눈 공휴일은 첫눈을 국민과 함께 기쁘게 맞이하려는 국왕의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임시공휴일에서 국민을 위한 진정성 있는 마음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하루 놀게 해줄테니 돈 좀 팍팍 쓰세요'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경제 4단체 중 하나인 상공회의소의 단편적인 시장논리와 정부의 빈약한 철학이 맞물린 모양새다. 차라리 빈말이라도 '그동안 국정운영 제대로 하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렸으니 하루 푹 쉬면서 힐링하세요'라고 했다면 '없는 돈 끌어다 쓸 마음' 조금이나마 생길 사람 여럿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 임시공휴일의 긍정적 요소를 전면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첫눈 공휴일을 누리기 위해 부탄으로 이민 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부탄보다 훨씬 잘 산다는 나라의 실망스런 국정운영철학에 푸념이 나올 뿐이다.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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