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환경공단, 아끼는게 능사가 아니다

이현준·정치부

발행일 2016-05-0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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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에 사는 '마리 코페니'라는 8살짜리 꼬마의 편지가 화제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돗물 납 오염 사태를 겪는 자신의 동네를 찾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편지를 보고 플린트시를 찾아 성난 민심을 보듬었다.

'8살짜리 꼬마'가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야 했던 건, 플린트시의 '재정 절감' 정책 때문이었다. 디트로이트 시에서 상수원을 공급받던 플린트시는 2014년 4월 예산 절감을 위해 인근 플린트강으로 수원지를 바꿨다. 수돗물에서 납이 나온 건 이때부터였다고 한다. 상수도관이 부식돼 있었지만, 시 당국은 예산이 없다며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중보건보다 시 예산을 아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상 재정담당관' 제도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3천 명 이상의 어린이가 납중독 등 질병을 앓는다는 진단이 나오면서야 사태가 표면화됐다. '재정 절감'이 '주민 고통'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의 경영평가에 목을 매는 인천환경공단의 지난해 '대행사업비 절감률' 측정점수는 2014년에 비해 10점 이상 높은 88.09점을 기록했다. 예산을 얼마나 아껴썼느냐는 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공단 자본금은 최근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다섯 배 늘었다. 부채비율은 1천200%에서 올해 120% 수준으로 대폭 개선됐다. 이들 경영지표는 모두 '재정 절감'의 결과물들이다. 환경공단은 연속 꼴찌를 했었는데, 이 경영지표가 좋아져 정부 평가를 잘 받으면 상여금 등을 더 받을 수 있다.

반면,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승기하수처리장과 가좌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수질은 기준치를 넘고 있고, 악취 문제도 여전하다. 특히 가좌처리장은 한강유역환경청의 개선 명령을 받았지만, 문제가 됐던 총질소(T-N)는 이달 들어서도 기준치인 20㎎/ℓ를 넘어서고 있다. 공단의 '재정 절감'이 경영지표 개선은 가져왔지만, 시민이 겪는 고통과 환경악화 문제는 줄이지 못한 것이다. 시민과 경영지표 중 더욱 중요한 건 단연 시민이다. 이 문제로 '인천에 사는 꼬마 아이'가 대통령에게 편지 쓰는 일이 있어선 안 되지 않겠는가.

/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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