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자본의 덫에 갇힌 상아탑

김명호

발행일 2016-05-1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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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으로 '노동력의 상품화',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상품이 생산된다'는 점을 꼽았다. 마르크스가 정의한 이런 자본주의의 본질은 21세기를 사는 현재 우리 사회에도 유효하게 적용된다.

거대 자본이 좌지우지하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 사회에도 마르크스가 정의한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기는 마찬가지다 .

며칠전 교육부가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을 확정 발표했다. 이들 대학에는 연간 2천억원씩 3년간 총 6천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고 한다.

정부가 주도한 프라임 사업의 주요 내용은 산업 수요에 따라 학과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취업 잘되는 실속있는 학과 위주로 학교 정원 구조조정을 하는 대학에 돈을 나눠 주겠다는 정책이다.

결국 문(文)·사(史)·철(哲)로 대표되는 인문학과 정원을 줄여 취업 잘되고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산업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공과·의학계열 정원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노동시장이 원하는 맞춤형 '상품'을 대학에서 배출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인천의 주요 대학인 인하대의 경우만 하더라도 프라임 사업으로 큰 내홍을 앓았다. 학교 측은 지난해 문과대학 구조조정 가이드 라인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통보해 논란이 됐다.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폐지하고, 영문과와 일문과 정원을 감축한다는 게 골자였다. 학생들과 일부 교수들의 반발 속에서 프라임 사업 응모를 위한 학과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던 인하대는 내부 분열만 남긴 채 사업 대상에서 탈락했다.

자본의 입맛에 맞는 학과만 살리겠다는 정부의 발상과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대학 경영진들. 이런 틀 안에서 매년 붕어빵처럼 찍혀 쏟아져 나오는 대학 졸업자들. 이쯤 되면 대학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찾는다는 것은 더는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

/김명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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