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방자치 사망통지서

김성규

발행일 2016-05-2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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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개편안 발표 코앞 공개재판식 여론몰이
도민 세금 6천여억 타 시군으로 유출 가능성 커
6개 市 친박계 의원들은 집안싸움에만 바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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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사회부장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년이다. 생전에 그를 따르던 수많은 사람이 봉하마을에 몰려들 것이다.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내던진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엇갈린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분권을 외치고 그들만의 리그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사법개혁에 정열을 쏟던 그가 정작 검찰의 칼날에 휘둘려 만신창이가 되자 자살이란 극단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수도 천도를 밀어붙이다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끝내 꿈이 좌절됐지만 행정도시인 세종특별시와 공기업 지방이전이라는 차선의 토대를 구축했다. 이 또한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는 후대 국민들과 역사가 평가할 몫이다.

여하튼 다른 분야는 차치하더라도 그가 이루고자 했던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에 대한 열정만큼은 지난 1995년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큰 업적과 변화를 이끌었음은 모두가 인정할 듯 싶다. 방식과 방법은 다소 달라도 여·야 당적을 떠나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장과 17개 광역 자치단체장들이 자기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치를 더 빛내기 위해 지역민들의 욕구에 부응하려는 기본적인 체질 개선은 관선(官選)시대에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렇듯 20년이란 시간이 흘러 지방자치의 틀은 시나브로 정착돼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지방재정제도 개편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방 자치를 옥죄려는 사실상 부고장이나 다름없는 사망통지서를 보냈다. 그것도 교묘하게 자치단체간 적전분열을 일으킬 만한 이간책까지 동원했다. 재원여력이 있는 소위 부자 시군의 곳간을 국가가 나서 재조정해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가난한 시군 살림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논리만 본다면 그럴 듯하다. 국가로부터 교부금(지원금)을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인 수원·용인·성남·화성·고양·과천 등 6개 자치단체는 반대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득을 보게 될 나머지 전국 기초단체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뭇매를 맞더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개편안이 확정될 경우 경기도민들이 써야 할 세금 6천억원 이상이 타 광역 시군 재원으로 역외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 큰 문제는 도민들 대다수가 이 돈이 다른 광역 시군으로 유출되는지 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도내 31개 시군에서만 잘살고 못사는 정도에 따라 재분배가 이뤄지는 걸로 착각하고 있다. 지방재정개편안을 기습 처리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것도 모자라 23일(오늘) 오후 지방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전국 157개 시군 부단체장(자치구 부단체장 제외), 지방공기업, 중앙부처 장·차관, 민간전문가 등 200여명을 불러들여 공개재판식 여론몰이를 강행하고 있다. 행자부가 인사권을 쥐고 흔드는 부단체장들을 불러놓고 '정부가 시군 간 합리적 재정 재분배를 하겠다는데 6개 부자 자치단체가 반대하고 있다'며 '여러분들의 의견을 말해달라'는 식의 공개재판을 하겠다는 시나리오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시군 조정교부금이다. 행자부가 현행 인구수 50%·재정력 20%·징수실적 30%로 적용하던 룰을 인구비중을 낮추는 시행령만 고쳐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바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법인 지방소득세 50% 공동세 전환은 20대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해서 대응시간이 남아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극렬 저항에 나선 6개 자치단체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친박계 거물급 국회의원들이 많다. 서청원(화성·8선)을 비롯해 한선교(용인·4선), 이우현(용인·재선) 등이다.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삭발까지 감행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이들의 목소리는 단 한마디도 없다. 새누리당 집안싸움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라고 변명할 것인가 묻고 싶다.

/김성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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