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심판의 소신(所信)을 바라며

김영준

발행일 2016-05-2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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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우리에겐 악몽이었다. 우리가 자랑하는 '피겨 여제' 김연아가 심판의 잘못된 판정에 희생당하며 메달 색깔이 바뀐 것이다. 미국 최대 종합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는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관계자가 심판진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치우쳐있다고 말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는 등 당시 우리는 물론 외신들도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누가 더 빨리·높이·멀리 뛰고, 멀리 던지고 하는 경기들에 비해 심판이 채점을 하고 선수(들) 간의 경기를 원활히 이끌기 위해 그 안에 개입하는 종목들은 심판에 의해 결과가 종종 바뀔 수 있다.

경기 판정 결과를 놓고 언론이나 스포츠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종목 중 하나가 복싱이다.

체급 종목 중에서 유도나 레슬링은 선수의 기술이 상대방에 걸릴 때 바로 점수가 가산된다. 하지만 복싱은 라운드별 체점을 한다. 대회에선 심판풀이 형성되고, 국제대회의 경우 제3국의 심판들이 배정된다. 링 위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원활히 진행시키는 주심 1명과 판정을 담당할 5명의 저지(Judge)가 링 주변에 배치된다. 현대 복싱은 선수들의 기량 차가 크지 않고 안정된 경기 운영을 펴기 때문에 대다수가 판정으로 승패가 갈린다. 5명의 저지가 라운드별로 체점한 것을 합산하고, 이 중 무작위로 선정된 3명의 저지(전광판에 드러남)의 체점을 통해 3-0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 2-1 판정승 등으로 결판난다.

스포츠 외교력이 강한 국가의 경우 심판의 혜택(?)을 보는 경우가 있다. 각 체급별로 예선전에서 결승까지 수일간 이뤄지는 복싱 경기에서 A국가 심판이 B국가의 선수 경기에 저지로 참여한다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때문에 경기 전 B국가 관계자가 우리 심판도 A국가 선수 경기에 신경 써줄테니 보이지 않게 우리 선수에게 이점을 달라는 부탁을 할 수 있다.

한국 여자 복싱사상 첫 올림픽 출전을 노린 오연지(인천시청)가 오늘 새벽(우리 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2016 AIBA 세계여자선수권대회 60㎏급 32강전에 출전해 1-2 판정패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선수의 땀과 노력이 아닌 심판의 오심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길 바란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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