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다문화·5] 가평군 '아하 카페' 출신 결혼이민자들

"말문 열어준 다문화 사랑방, 사회로 가는 길도 열렸어요"

김민수 기자

발행일 2016-05-24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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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아하 카페' 출신 결혼이민자들

가평군 자립기반사업 3호점까지 개점
필리핀·베트남·중국 출신 여성 3인방
카페 근무통해 한국어 울렁증 이겨내
보험설계사와 중국어 통·번역사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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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다문화 시대로 진입한 이래 최근 들어 결혼이민자와 이주 노동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구성원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문분야 직업군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생활에 동화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 문화, 환경 등을 극복하고 한국에 정착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이 난제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는 이들에게 한국정착에 있어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본인 노력은 물론 사회의 역할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 가평군이 결혼이민자 등의 삶에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한 자립기반사업인 'A' ha(아하) 카페'가 사랑방 역할을 넘어 생활 전선으로 나가는 터미널 역할을 하면서 그들에게 이곳은 한국생활의 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평군은 지난 2011년 1호점을 시작으로 2014년 2호점, 2016년 3호점을 개점해 다문화가정 및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일자리 제공과 자립기반을 유도하기 위해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아하 카페'출신으로 제2, 3의 직업인으로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결혼이민자 조세린(41), 김경아(26), 장소방(36) 씨 등의 가평 정착기를 들여다봤다.

쾌청한 5월의 어느 날 오후 가평읍 석봉로에 하얀 꽃가루와 함께 은은한 커피 향이 바람에 실려와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한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커피 향을 쫓으니 한 외국 여성들이 "어서 오세요"라며 반갑게 맞는다. '아하 카페' 바리스타 조세린씨다. 이어 보험설계사 김경아씨, 통·번역사 장소방 씨도 인사를 건넨다. 밝고 활기찬 모습이다.

이들은 이곳 '아하 카페' 바리스타 출신으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건실한 직장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결혼이민자라고 이승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자신있게 소개했다.

처음 인사를 건넨 조세린씨는 "지난 2008년 결혼과 함께 한국생활을 시작했다"며 "2012년 7월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손님을 보면 울렁증세도 보여 마음고생이 심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울렁증은 해결돼 이제는 손님과 쉬운 농담도 주고받게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 그녀는 결혼 초기 서울 등지에서 영어학원 강사 등을 했으나 언어의 벽을 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 가평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한글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쓰기 등과 이곳 '아하 카페'에서 근무를 하며 손님 등을 상대로 듣기 말하기 등을 익히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지금 바리스타직업과 가끔 하는 통역 일에 만족한다고 귀띔하는 그녀.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단어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는 것이 대화에 임하는 자세에 정성이 묻어난다.

그녀에게 한국 음식에 관해 묻자 삼겹살이 최고라면서 "처음 한국 음식이 너무 매워 고생했지만, 지금은 김치찌개는 물론 얼큰한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먹을 정도까지 됐다"고 한다.

그녀는 이제 가리는 음식은 별로 없으며 고향음식을 먹을 때도 한국 음식을 곁들여 먹는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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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카페를 통해 전문직장인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조세린, 김경아, 장소방씨와 이승분(왼쪽부터) 센터장이 밝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평/김민수기자 kms@kyeongin.com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지난 2011년 베트남에서 시집와 가평에 정착한 김경아 씨가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냉면과 육회, 생선회 등을 먹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결혼 초 한국 음식이 너무 입에 안 맞아 밥만 몇 그릇씩 먹었는데 이를 보고 시부모가 한국 음식에 적응을 잘 못 하는 이웃 다문화가정 시부모에게 이야기해 해당 결혼이민자 언니들에게 '너는 한국 음식이 잘 맞아 좋겠다'며 핀잔을 받곤했다. 사실은 밥밖에 먹을 것이 없어 밥만 먹었을 뿐"이라며 쓴웃음 지었다.

이어 그녀는 "처음 한국 공항에 도착해 밖을 내다보고 무척이나 놀랐다"면서 "온통 하얀 눈으로 덮인 세상은 처음 보는 것으로 너무나 두렵고 막막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하지만 이제는 겨울이 오기만을 고대하고 눈만 오면 누구보다 빨리 밖으로 뛰어 나가 눈을 맞이하는 한국사람이 됐다"고 털어놨다.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지난 2012년 남편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고 시부모도 관절 수술 등 우환이 겹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눈시울이 빨개지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말을 잇는 김경아 씨는 "'아하 카페' 근무를 통해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생활에 점점 적응하면서 두려움이 조금씩 극복돼 자신감을 찾게 됐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유아교육과를 전공한 그녀는 시댁 사촌 시누이로부터 보험회사 취직을 권고받고 7개월째 출근을 하며 보험설계를 하면서 좌충우돌한 끝에 지난해에는 연말 우수사원에 선정돼 금배지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일시에 카페 안은 축하 박수 소리가 넘쳐났다. 축하인사를 건네느라 카페 안이 시끌벅적했다. "축하해. 좋겠다. 한턱 내…."

그녀는 "여기까지 오는 데 있어 다문화센터와 '아하 카페'가 나의 한국생활정착에 발판이 됐다"며 감사의 인사를 표하며 "'아하 카페'를 통해 익힌 한국어로 인해 보험회사에 취직할 기회를 얻었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결혼이민자들이 '아하 카페' 등과 같은 사회활동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아하 카페'에 대한 예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 선양 출신 장소방씨가 한 소리 거들었다.

그녀는 "한국에 오기 전 중국에서 약간의 한국어 공부를 했으나 부족한 부문이 많았고 특히 시부모님과의 대화는 너무 어려웠다"며 "말이 안돼 필기도구는 필수였고 이마저도 소통에 불편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선양과 가평은 기후가 비슷해 생활에 불편함은 없지만 제사 문화는 크게 다르다"며 "중국에서 제사는 '청명'에 한차례 지내는데 한국에서는 명절을 비롯해 제사가 너무 많고 제사음식도 너무 많이 마련해 놀랐다"고 하자 이구동성으로 맞다며 맞장구를 친다.

중국에서 회사원, 휴대전화 판매장 운영 등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장소방 씨는 현재 가평군 다문화센터에서 중국어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으며 틈틈이 중국어 과외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생활에 적응하느라 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중국으로 보내 친정 부모님이 키웠는데 이제는 아이와 친정부모님 모두 한국에서 같이 생활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이제 가정이 안정된 만큼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녀는 "결혼이민자들에게 사랑방이었던 '아하 카페'가 사회 활동하는 데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 몰랐다"며 "'아하 카페'와 같은 교육을 통한 자립기반 사업장이 확대되길 바라며 기대한다"고 했다.

끝으로 이들은 "결혼이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시작한 '아하 카페'가 이제는 결혼이민자들의 재 출발점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아하 카페'를 통해 많은 결혼이민자가 한국생활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도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평/김민수 기자 km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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