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문화예술은 진흥의 대상 이랍니다

윤인수

발행일 2016-05-2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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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문화행정 추세'·道 '재정 확충' 진흥대상 분명
경기도문화의전당 폐지 등 본말전도의 경지 놀라워
'문화대세 시대' 동떨어진 논란, 좋은 결론 정리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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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문화부장
이럴 줄 알았다. 경기도의 공공기관 통폐합 진행과정의 소란 말이다. 특히 타깃이 된 문화예술분야 공공기관 통폐합은 그 양상의 졸렬함과 중구난방이 도를 한참 넘고 있다. 철학부재의 행정이 쏘아대는 오발탄, 공포탄 굉음만 가득할 뿐, 뭘 하자는 얘긴지 목적과 방향이 불투명하다. 과연 문화예술 분야는 기관 통폐합의 정책목표인 경영합리화의 대상인가, 아니면 진흥의 대상인가. 결론은 비교적 명료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에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을 공포했다.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기본권의 수준으로 격상한 문화기본법과, 열악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지자체에 5년치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을 의무화한 지역문화진흥법은 국민을 향한 문화진흥 선언이다. 국민의 문화향유 욕구가 시대적 추세임을 수용한 결과이다.

경기도의 문화재정 확충 약속도 맥락은 같다. 남경필 도지사는 지방선거에서 도 재정의 1.5% 수준까지 떨어진 문화분야 재정을 역대 수준인 2%로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용역을 거쳐 발간한 '경기도 문화예술진흥 중단기 종합발전계획(2014년5월)'은 문화분야 재정을 3%까지 확대해야 경기도 문화진흥의 대계를 세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정부의 문화행정 추세와 경기도의 문화재정 확충 약속은 문화분야가 진흥의 대상인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진흥은커녕 경기도문화의전당 폐지, 도립예술단 법인화, 경기문화재단 산하 4개 박물관·미술관 폐지라니 이쯤이면 본말전도의 경지가 경이롭다.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방안 용역업체의 보고서는 문화기관 폐지 논리로 공공성과 효과성 부족을 내세웠다. "도립예술단과 문화의전당은 광역기능 상실…, 경기문화재단은 (문화)진흥보다는 시설관리에 급급…, 도립예술단 연간 공연횟수 (저조)…." 우습다. 사정이 이러니 진흥을 하자는 것 아닌가. 경기문화재단이 시설관리에 급급하고, 도립예술단 공연횟수가 저조한 이유? 정말 모르는 건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사업비가 무의미할 수준이라서 아닌가. 그래서 중앙정부는 지역문화진흥법을 만들어 진흥기금을 만들라 하고, 경기도는 문화재정 확대를 약속한 것 아닌가. '살리겠다는 약속'과 '죽어줘야겠다는 엄포'의 부조화로 드러난 문화행정의 맹목성이 슬프다.

각론은 더욱 가관이다. 문화의전당은 매입할 지자체가 안보인다. 도립예술단은 법인화인지 기초단체 귀속인지 설왕설래다. 민간에 넘긴다는 경기문화재단 박물관·미술관은 4개인지 3개인지 2개인지 낭설이 분분한 가운데 민간위탁은 가능한 건지 의문이다. 문화분야 공공기관 통폐합이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모두 문화와 예술 현장이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오며 경기도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감당했던 현장을 멸실시키는 일은 경기천년을 맞아 경기도 정체성을 고민하는 경기도가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다. 도립예술단의 수준을 세계수준으로 발전시켜 경기도 곳곳에서 공연을 펼치면 그 자체가 경기도 정체성이 될 수 있다. 소장품 구입비와 전시기획비를 현실화해 박물관과 미술관을 특화시키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낼 것이다.

문화분야 경영합리화를 통해 취할 예산의 절감이 미미하다. 반면에 현장의 멸실로 인해 공허해질 경기도 문화의 폐해는 심각하다. 무엇보다 이제 진흥의 기틀이 마련됐는데 변변한 진흥책 한번 써 보지 않은 채 문화현장을 포기한다면, 행정의 자기부정과 다름 없다.

그나마 뒤늦게 용역보고서의 부실이 논란이 되고, 경기도의회 이필구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용역은 용역일 뿐, 문화가 대세인 시대와 동떨어진 이번 논란이 시대정신에 조응하는 결론으로 정리되기를 기대한다.

/윤인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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