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인터넷상 '잊힐 권리'와 자기통제책임

박영렬

발행일 2016-06-0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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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강화·삭제·수정·파기 요청하는 권리
가이드라인 따라 관리·사업자 접근배제 조치 가능
자기통제로 결정권 행사 '인터넷 민주시민'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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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인터넷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매일 매시간 인터넷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업무도 보고, 필요한 물건도 사며, 얼굴 모르는 친구와 사귀고,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도 벌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검색을 하거나 SNS로 수다를 떱니다. 선거철이나 대중적인 관심사가 있을 경우에는 인터넷 공간이 가히 폭발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의견, 사진이나 언론기사에 한마디 하고 싶어 몇자 적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소위 댓글을 보면, 참신하고 건설적인 명문장가도 있고, 그야말로 감정의 배설물을 퍼부어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의견이나 사진이 본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말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달 중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간 회원 탈퇴 등의 사유로 본인이 직접 지울수 없게 된 게시물에 대해 헌법상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 근거하여 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에게 타인의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인터넷상 지울 수 없는 과거의 흔적으로 인해 취업·승진·결혼 등에서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보다 쉽게 구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입니다.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는 인터넷에서 생성되고 유통된 개인의 사진이나 거래 정보 또는 개인의 성향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에 대해 유통기한을 정하거나 이를 삭제, 수정, 영구적인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잊힐 권리'는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검색사업자의 검색목록 삭제 책임을 인정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논의가 확산되었고, 국내에서도 한국정보법학회 등을 중심으로 법조계, 학계, 실무계의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결과, 위와같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 법제상 제3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해서는 임시조치 등 구제수단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자기 게시물에 대한 구제수단은 미흡한 실정이었습니다.

이제는 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게시판 관리자 및 검색서비스 사업자는 이용자가 제출한 다양한 입증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접근배제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게시물이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시행과정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의 표현의 자유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사업자에게 지나친 기술적, 경제적 부담을 지운 것은 아닌지 등등 면밀히 검토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인터넷 공간에 의견이나 사진 등을 게시하면 순식간에 지구반대편까지 도달하고, 자고 나면 벌써 지구를 몇바퀴 돌고 난 상황입니다. 그리고 게시물들은 지구상 어느 곳에 숨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인터넷 공간으로 나아가는 '개인정보 자기결정'은 게시자 자신이 사실상 회수불가능한 우주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발사(게시)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할 것입니다.

열린 민주사회에서 인터넷상 활발한 토론과 의견개진은 대의정치를 보완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갈수록 인터넷의 사회적 기능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상황에서 그곳에 게시한 의견들은 보다 신중한 고민의 결과이어야 합니다. '잊힐 권리'에 기대어 사후적인 구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사전에 자기통제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건전한 인터넷 민주시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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