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미세먼지 대책으로 본 정책 결정 과정의 실패

김방희

발행일 2016-06-1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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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주도 미세먼지 정책은
환경문제 초점에만 맞춰진 것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과 얽힌
절충안을 수렴 했다기보다는
갈팡질팡 하다 유야무야 된 것
결국 '경유값 인상'은 없던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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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예상대로였다. 가장 논란이 됐던 경유 값 인상은 없던 일이 됐다.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 이야기다. 경유차에 대한 혜택은 줄이고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을 막는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무려 20년 전 같은 날 내놨던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정도의 방안을 내놓을 것을 정부와 언론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그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만 커졌다. 한 달여에 걸친 미세먼지 대책 결정 과정은 정책의 초점과 균형, 편의성과 일관성이라는 면에서 두고두고 복기해볼 만한 예다.

미세먼지 대책은 지난 4월 우리 국민들이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실제로 보고, 경험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책의 타이밍이라는 점에서는 시의적절 했다. 다만 지난 달 10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이 정책을 주문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권위주의 스타일의 정책 최고 결정권자가 주문하는 특단의 대책이 무엇인지 관료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주무 부처로 오랜만에 관심 대상이 된 환경부는 당장 가장 강력한 칼자루부터 빼들었다. 경유 값 인상이었다. 일부 언론은 환경부가 지레 언론에 흘린 이 조치를 두고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썼다. 국민적 합의는 고사하고, 미세먼지와 경유의 직접적 상관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도 부족했다는 점에서 정책 쿠데타라 할 만 했다. 이 보도로 소비자와 정유, 그리고 자동차 업계가 아연 긴장했다. 다른 부처의 반발마저 커지자, 환경부는 고기와 생선을 구울 때 실내에서 발생하는 생활 미세먼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졸지에 고등어 수요가 급락했다. 이러니 정책이 돌고 돌아 절충안에 수렴했다기보다는, 갈팡질팡 하다 유야무야 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환경부가 주도한 정책의 초점은 미세먼지라는 환경 문제만 고려한 것이었다. 모든 환경 정책은 경제나 산업 정책에 배치될 때가 많다. 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경유 소비자인 서민의 반발부터 고려했다. 실질적인 서민 증세라는 논란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에너지 세제 개편 차원에서 이뤄지는 휘발유 대 경유의 가격 비율이 흔들릴 것도 우려했다. 장기적으로 정유와 자동차, 에너지 산업의 재편을 우려한 산업자원부와 국토교통부의 반발도 컸다. 마치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들 듯 정책의 균형에 문제가 있었다.

국민과 언론은 정책의 편의성과 일관성에 대해서도 반감을 내비쳤다. 환경부는 이미 환경개선부담금 부과와 오염 기준치에 대한 단속 권한을 갖고 있다. 그것들부터 활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당장 세금부터 올리는 것은 지나치게 편의성 위주로 정책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그간 증세 논란에서 보듯 세금 인상은 간편할지는 몰라도 엄청난 후폭풍이 따르는 민감한 발상이다.

그간 정부가 경유차를 사실상 권장해왔다는 사실은 정책의 일관성 문제로 귀결됐다. 정부는 성능과 연비가 향상된 친환경 경유차(클린디젤) 개발에 주력해온 유럽의 추세를 수용했다. 2005년부터는 디젤 승용차 시판을 허용했고, 2009년부터 친환경 경유차에는 환경개선부담금을 유예해주고 공영 주차장 주차비를 깎아주는 등 혜택을 줘왔다. 경유 값은 휘발유의 85%에 머무른다. 그 결과 경유차는 기존 등록차의 40%, 신규 등록차의 절반에 이를 정도가 됐다. 그런데 갑자기 경유가 인상을 통해 경차 수요를 강력히 억제한다? 이는 너무 급격하고 빠른 유턴(U-턴)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정부 정책에 호응해온 이들만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조치였다.

한 가지 정책에 이런 다양한 논란이 따라붙기도 쉽지 않다.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이 얽힌 정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비용을 치르지 않고 효과를 극대화 할 방안도 많지 않다. 훗날 단기에 성과를 낼 특단의 대책에 집착했던 정책 실패 사례로, 미세먼지 대책이 정책학이나 행정학 교재에 실릴지도 모르겠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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