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코딩교육과 문맹탈출

박형주

발행일 2016-06-10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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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적 '최적 알고리즘' 설계하는 능력돼야
대학입학·취업률로 교육 잘되고 있는지 척도 삼아
취업 측면에서 이젠 평생교육이 필요한 시대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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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어린 시절에 대나무와 창호지를 가지고 연을 만들어 본 사람은 그 연이 하늘 높이 올라갈 때의 성취감을 기억한다. 고난이도의 조립식 장난감을 완성해본 사람은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웠다. 자신의 손으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낸 경험은 그래서 늘 특별하다. 요즘에는 스스로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가 자신의 의도대로 신기한 일을 해낼 때 통쾌감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많다. 음악이나 미술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처럼, 프로그래밍은 아이의 머릿속 상상을 세상에 구현하는 새로운 통로가 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 즉 코딩(coding)을 가르쳐야 한다는 흐름이 생겼다. 이미 영국이 교육과정에 코딩 교육을 도입했고, 미국이 여러 주에서 도입을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곧 시작된다.

단순 코딩은 번역과 비슷한 과정이라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할 수밖에 없고, 이런 기술만을 숙련해서는 미래에 쓸모가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통역을 대신하게 돼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여전히 미래를 위한 좋은 투자지 않나. 접할 수 있는 세상이 훨씬 커지니까.

코드카데미의 자크 심즈 창업자가 얼마 전에 방한했다. 코딩에다 가르치는 곳이라는 뜻의 아카데미를 조합한 코드카데미는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기업이다. 전 세계에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두고서 세계적인 코딩 교육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그가 강연한다고 하길래 코딩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이려니 했는데, 뜻밖에도 그가 강조한 것은 수학 문맹(computational illiteracy) 해소였다. 계산적 읽고 쓰기(computational literacy)는 계산을 잘하는 능력을 뜻하는 게 아니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과정인 알고리즘 설계 능력이 대부분이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코딩 능력이 나머지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방식들 중에서 최적인 것을 찾아내고 판단하는 능력인데, 통상의 수학 교육이 지향하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능력과 다르지 않다. 심즈에 이어서 강연한 프라딥 두베이 인텔 병렬컴퓨팅랩 소장도 이 견해에 동의를 표했다. 프로그래밍 기술의 개선으로 원래 프로그램의 속도를 수십 퍼센트 개선할 수 있겠지만, 수십 배 또는 수백 배의 개선은 알고리즘의 개선에서 온다는 것이다. 수학적 문맹을 벗어나야 이런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두베이 소장은 인간의 개입 없이 이미 나와 있는 데이터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아웃사이드인(outside-in) 시대의 도래까지 예고했다. 그러니 코딩 교육이 단순히 프로그램밍 기법을 가르치는 것에 그치면 곤란하다. 자신의 목적을 구현하는 최적의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능력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물론 코딩 기법도 알아야겠지만, 알고리즘을 코딩해주는 기계학습 시스템의 출현은 불문가지다. 심즈는 국가별로 교육이 잘되고 있는지를 재는 정량적인 척도는 대학 입학률과 취업률이라고 주장했다. 전자는 초중고 교육의 척도이고, 후자는 대학 교육의 척도다. 대학입학률은 우리나라가 기형적으로 높지만 대졸자 취업률은 낮으니, 이 견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은 성공적이고 대학 교육은 실패하고 있는 게 된다. 정말 그런가. 오바마는 여러번 미국 초중고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가시적 목표로 대학입학률을 올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한국 초중고 교육의 우수성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한 것도 이런 성공 척도와 일맥상통한다.

교육의 성공에 대한 이러한 척도의 무모함에 대해 맹렬히 논쟁하려는 사람에게 심즈는 한마디 더한다. "현행 교육은 대학 입학률과 취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점차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취업의 측면에서 더 이상 대학은 교육 시스템의 주요 부분이 아니며 코딩 교육을 포함한 평생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실제로 MOOC의 확산 등으로 이미 그 조짐이 보인다. 대학의 존립이 취업이 아닌 다른 가치 창출로 정당화 되어야 하는 시대가 멀지 않은 것 같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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