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번영의 아버지

이한구

발행일 2016-06-15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미국경제 기초 다진 록펠러·카네기·포드·모건…
전세계 공업·금융 슈퍼파워로 부상시킨 주춧돌역
막대한 재산 사회환원… 한국판 주인공들 학수고대


2016061501000960400048001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호국의 달이다. 수많은 호국영령들을 떠올리면 숙연해진다. 최소한 이 달 만큼은 물신주의에 찌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때이다.

나라마다 국조(國祖)들이 있다. 단군 할아버지와 중국의 황제(黃帝), 일본의 아마테라스(天照大神) 등으로 각각 국가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양에서도 동일한 사례들이 간취되는바 대표적인 종족이 유대인이다. 세계적으로 민족기원력(民族起源曆)을 사용하는 민족은 한국인과 유대인이 유일한데 한국의 경우 금년은 단기(檀紀) 4349년인 것이다. 기원전 2333년에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했다는 설에서 비롯되었다. 유대력(猶太曆)으로 올해는 5777년으로 기원전 3761년에 야훼가 유대인들의 시조인 아담을 창조했다는 설에 근거한다. 반만년에 걸친 디아스포라에도 유대인들은 특유의 형제자매론으로 끈질긴 생명력과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선민사상이 자칫 국수주의로 흐를 수도 있어 경계대상이나 국민적 단결에 절대적이어서 역사가 일천한 나라들도 경쟁적으로 국부(國父) 모시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신생국들은 '호랑이 담배 피던'식의 올드 버전과는 달리 비교적 합리적인 건국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건국 240년의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인들에겐 3명의 아버지(國祖)들이 있다. 첫째는 1620년에 메이플라워호로 영국을 떠나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식민지를 개척한 필그림 파더즈(Pilgrim Fathers)이다. 둘째는 18세기 후반 영국으로부터의 미국 독립 쟁취에 주체적 역할을 했던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며 셋째는 미국 현대경제의 초석을 놓은 번영의 아버지들이다. 나라마다 민족과 국가건설에 기여한 조상에 대한 국민적 사랑은 있게 마련이나 자유방임으로 상징되는 미국인들의 국부(國父)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이채롭다.

역사학자들은 개신교의 '하나님 말씀'을 전도하려는 뉴잉글랜드 초기정착민들의 열정적이며 도덕적인 사명이 오늘날 미국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페리 밀러는 "사업에 대한 헌신, 재산 축적, 집과 토지취득은 모두 기독교인의 의무"로 정의했으며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에서 청교도들의 "칼뱅주의적 사고가 신세계에서 계산적 합리주의문화를 규정했다"고 뒷받침했다.

오늘날의 미국 건국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정치가들이 있다. 미국의 시민혁명을 선도했던 조지 워싱턴, 패트릭 헨리, 존 애덤스, 벤자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 등이다. 이들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함은 물론 신대륙에 헌법 모델과 함께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공화주의적 자치정부를 실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미국은 오랜 기간 동안 일관되게 공화정치의 우수성을 웅변으로 입증해냈다. 이들이 건국의 아버지들로 추앙받는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미국경제의 기초를 다진 기업가들이다. '콜로서스'의 저자 잭 비어티는 록펠러, 카네기, 포드, 밴더빌트, 모건 등을 번영의 아버지들로 명명했다. 엄청난 에너지와 타고난 민첩성, 미래에 대한 확신 등으로 연대한 기업가들이 남북전쟁(1861~1865) 이후 제1차 대전(1914~1918) 발발 전까지 미국을 농업국가에서 전세계 공업과 금융의 슈퍼파워로 부상시키는데 초석을 놓은 때문이란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를 농부와 노동자들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 미국을 세계최고의 중화학공업국으로 승격시켰다. 또한 이들은 한평생 벌어놓은 막대한 재산을 기꺼이 사회에 환원했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사람은 불명예 속에 죽는 것"이라며 말년에 모든 재산을 처분했으며 록펠러 후손들은 최고의 자선명문가로 자리매김했다. P. 드러커는 이들 강도귀족들을 '사회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기업가'로 매도했으나 이들의 미국경제 발전에 대한 공헌을 폄훼할 수만도 없다. 영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은 무제한의 자본주의와 무제한의 박애주의가 합쳐질 경우 그 어떤 똑똑한 정부가 고안한 강압적 제도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부가 재분배된다고 주장했다. 한국판 번영의 아버지들을 학수고대하는 이유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이한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