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국민 독서운동 제창

정영길

발행일 2016-06-1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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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책 읽지 않으면 그 나라는 결국 '퇴색'
중앙·지방정부, 독서운동 적극 확산시켜야
국가별 독서율, 글로벌시대 경쟁력과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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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길 원광대학교 교수·작가
신석정 시인은 서재에 '책은 외출을 싫어한다'라고 써서 붙여 놓았다고 한다. 책을 빌려 달라고 하는 이들이 많고, 또 빌려간 책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였기에 이런 궁여지책을 강구하였는지 모른다. 책을 정말로 소중하게 여겼고, 그에 버금하여 독서량이 풍성하였던 선생의 인품이 눈에 선하다. 알려진 바와 같이 나폴레옹도 대단한 독서가였다.

그는 전쟁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하는데, 다 읽고 난 책은 마차 밖으로 던져 버리는 습관이 있었다고 전한다. 청마 유치환 시인도 읽은 책은 보관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그냥 주곤 했다고 한다. 책은 만인의 것임을 나름대로 실천한 셈이다. 독재자 무솔리니도 대단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다.

굳이 유명인의 예화를 들지 않더라도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책을 가까이 하면 현인과 벗이 될 수 있다는 독서상우(讀書尙友)란 말이 이를 증거한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목경(目耕)의 즐거움을 능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쁜 나머지 이 삼매를 누릴 겨를이 없는 것 같다. 학생들도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가까이 한다. 강의가 없는 빈 시간에 야외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낭만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불석권(手不釋卷)이 아니라 수불석기(手不釋機)에 빠져 있다. OECD에 가입한 주요 국가의 연평균 독서율이 76.5%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거의 책을 읽지 않는 나라에 속한다. 작년에 가구당 책을 사는데 쓴 비용은 1만6천원 꼴로 5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참고서나 학습교재를 사는데 쓴 돈이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일반 교양서적은 거의 구매를 하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1인당 책 읽는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로 한국이 소개되었다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으면 그 나라는 결국 퇴락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경쟁력은 물론 나라의 품격도 하박을 벗어날 수 없다. 한 국가의 독서 경쟁력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범국민적 책읽기 운동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책 읽기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으면 좋겠다. 다문화가정이나 임산부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독서지도사를 파견하거나, 노인들이 읽기에 편하도록 활자가 큰 책을 제작 보급하는 일도 고려해 볼 만하다.

또 영국처럼 지역의 모든 아기에게 책을 선물해 주는 북스타트(Book Start) 운동을 펼쳐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방의 작은 도시 충남 논산에서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논산독서협회(회장·김영란)의 정기 독서 모임은 눈여겨 볼 만하다. '책 읽는 도시! 품격 있는 논산'을 구호로 내걸고 2006년부터 매달 두 권씩 책을 읽고 토론을 하거나, 초청 인사를 모셔서 강연을 듣는다고 한다. 논산시도 공간이 필요하면 시장실이라도 내어주겠다며 이 독서모임의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 범국민적 독서운동을 촉발시키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국가별 연평균 독서율이 글로벌 시대의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독서율은 세계경제포럼(WEF)의 각종 지수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서하지 않는 국가와 국민은 지식 기반 경쟁 사회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세계는 바야흐로 '독서 혁명' 중이다. 독서 후진국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독서흥국(讀書興國)의 기치를 들어야 한다.

/정영길 원광대학교 교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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