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詩, 인천을 짓다·11] 정호승作 '정서진(正西津)'

인천대학교·경인일보 공동기획

정진오 기자

발행일 2016-06-21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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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진(正西津)

벗이여
지지 않고 어찌 해가 떠오를 수 있겠는가
지지 않고 어찌 해가 눈부실 수 있겠는가
해가 지는 것은 해가 뜨는 것이다
낙엽이 지지 않으면 봄이 오지 않듯이
해는 지지 않으면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벗이여
눈물을 그치고 정서진으로 오라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히
노을 지는 정서진의 붉은 수평선을 바라보라
해넘이가 없이 어찌 해돋이가 있을 수 있겠는가
해가 지지 않고 어찌 별들이 빛날 수 있겠는가
오늘 우리들 인생의 이 적멸의 순간
해는 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찬란하다
해는 지기 때문에 영원하다

- 정호승(1950~)

사람들은 동해로 가려는데 시인은 서해로 오라 한다. 사람들은 일출을 희망으로 여기는데 시인은 일몰이 희망이라 한다. 반전이다. 바다면 바다, 농사면 농사, 공장이면 공장, 수많은 일자리가 널려 있어 밑바닥 인생에게도 기회의 터전이 되는 인천은 부정을 긍정으로 전환하는 그런 도시다. '정서진'이라는 말이 한양의 궁궐 안 임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서쪽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하기는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자면 서울 사람을 부르는 호루라기로 여길 수도 있겠다 싶다. 인천은 그렇게 내일의 희망을 잉태하는 반전의 땅이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 위 시를 읽고 감상문을 보내주시면 선정과정을 거쳐 인천대학교 기념품, 또는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지은 책 '한국문학의 산실, 인천문학전람'을 드립니다. 감상문 작성은 경인일보 홈페이지(www.kyeongin.com) '인천의 시, 인천을 짓다' 배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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