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말뫼의 눈물과 브렉시트의 쓰나미

김민배

발행일 2016-06-27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말뫼의 눈물을 내세워
강제퇴직을 합리화하기에 앞서
해고자의 생계대책을 말해야…
'한국형 21세기 뉴딜정책'을
시급히 대규모로 실시하여
이들을 흡수해야 한다


2016062601001699800086131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말뫼의 눈물(Tears of Malmo). 조선업의 몰락을 뜻한다. 2002년 9월 5일, 스웨덴 말뫼의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이 해체돼 한국행 배에 실렸다. 조선 강국이었던 스웨덴의 국영방송은 장송곡과 함께 이 장면을 내보냈다. 인수비용 1달러에 운송비용 220억이 든 크레인이 도착한 곳이 울산 현대중공업이다.

3년 전 나는 말뫼의 터닝토르소(turning torso) 앞에 있었다. 크레인이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며 한국의 조선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최근 말뫼가 관심을 끈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 때문이다. 대통령은 말뫼를 들어, 구조조정 관련 법률의 통과를 요청했다. 대통령이 말뫼를 들고 나온 것은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이 급박하다는 증거다.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의 쓰나미까지 몰려오고 있다. '한국판 말뫼의 눈물'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손봐야 할 산업은 조선이다. 지역으로 보면 울산과 거제다. 조선사로 말하자면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이 그 대상이다. 조선분야의 구조조정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앞두고 조선사의 파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유일호 부총리가 울산 현대중공업을 찾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플랜이 있었을까. 아마도 구조조정을 위한 세금투입, 국책은행의 자본비율 제고, 사측과 채권단의 가혹한 조치, 대규모 구조조정과 강제퇴직이라는 그림이 아니었을까.

이미 파업을 결정한 일부 조선사에 대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혜택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하던 시간. 공교롭게도 같은 회사에 있었다.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산업기술보호 특강 때문이었다. 현재의 구조조정과 연계성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 협력업체에서 '기술유출사건'이 있었다. 우려했던 IMF의 망령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술유출이 일어나고, 우수한 인력들이 제3국으로 간 후 부메랑이 되었던 과거가 재현되고 있다. 강의에 집중하기보다는 수심이 가득한 눈빛을 보면서 생각했다. 만약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이 집행되면 더 큰 비극인 '피눈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은 기업의 '종자'이다. 그 뿌리와 줄기가 바로 기술자들이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쳐내는데 익숙하다. 그들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다. 대부분 숙련된 세계 최고의 기술자들이다. 정부는 다른 기술을 교육하거나 재취업을 시킨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들이 평생을 숙련한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잣대를 정부나 채권단의 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과거 신발과 섬유의 구조조정 실패를 반복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채권단이 저지른 실패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범죄만으로도 충분하다.

말뫼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시민과 전문가, 기업과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도록 하는 일이다. 새로운 산업을 찾기보다 조선업으로 집적된 전기, 철강, 용접, 배관, 물류 등을 재결합하도록 해야 한다. 한 차원 높은 산업기술로 융합되도록 예산을 대폭 지원해야 한다. 말뫼가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덴마크 코펜하겐을 잇는 경제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속초, 포항, 울산, 부산, 거제 그리고 광양으로 이어지는 해상 산업 벨트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구조조정만이 생존의 길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말뫼에는 대량 실직에 대처하는 국가 차원의 사회안전망이 있었다. 일방적으로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말뫼의 눈물을 내세워 강제퇴직을 합리화하기에 앞서 해고자의 삶과 가족의 생계대책을 말해야 한다. 시급히 '한국형 21세기 뉴딜정책'을 대규모로 실시하여 이들을 흡수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판 말뫼의 피눈물을 넘고, 브렉시트의 쓰나미를 피할 수 있는 길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민배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