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변 '논이 썩어가고 있다'

전시언 기자

발행일 2016-06-27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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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말라죽은 벼 '황폐화' 심각. 이천 SK하이닉스에서 방류한 폐수가 유입된 전뜰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해 논의 벼가 말라죽는 등 기현상이 발생, 농업용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의 한 논에 작년(2015년 8월) SK하이닉스 폐수가 방류된 '전뜰천' 물을 사용해 모내기한 벼가 까맣게 말라죽은 모습(왼쪽)과 올해 아예 농사를 포기해 잡초만 무성한 모습.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공장 폐수 유입 '전뜰천' 물 사용
벼 뿌리 까맣게… 농사포기 속출

SK측 "방류 기준 준수" 주장 불구
전기전도도 3배·NH4-N 4.8배 등
전문가들 "농업용수 부적합" 지적
"황산이 황화수소 가스로 환원돼"


이천 SK하이닉스에서 방류하는 공장폐수로 인해 논이 황폐화돼 농사를 포기했다는 농민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자신들은 법적으로 전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농업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폐수가 흘러들어 간 하천의 물이 농업용수로 전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주목된다.

26일 이천시와 경기도 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일대의 농민들은 인근에 있는 '전뜰천'의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전뜰천은 죽당천·복하천을 거쳐 남한강으로 연결되는 소하천이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서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늘어나고 있다. 논에 물을 채웠는데도 벼들이 뿌리부터 까맣게 썩어가며 서서히 말라 죽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논이 황폐화돼 농사를 포기했다는 A(60)씨는 "십수년 전부터 전뜰천의 물을 사용한 논들이 서서히 말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조상 대대로 전뜰천 물을 농업용수로 써왔는데, SK하이닉스 공장이 폐수를 방류한 이후 농사를 망쳐왔다. 하이닉스 측에 항의도 해봤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발뺌해서 결국 농사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014~2015년 힘들게 심은 벼 대부분을 추수하지 못했고, SK하이닉스의 폐수 방류구와 가까운 논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의 검사 결과 SK하이닉스의 폐수가 방류된 전뜰천의 물은 농업용수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농업과학원이 발표한 농작물 피해기준보다 전기전도도(EC)는 3배, 암모니아태질소(NH4-N)는 4.8배, 황산(SO4-2)은 2.8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천시 관계자는 "전뜰천 상류에 SK하이닉스의 방류구가 설치돼 있어 그동안 폐수와 관련된 농민의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었다"며 "특히 지난 2014~2015년에는 강수량까지 적어 농사피해가 더욱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 전문가들도 전뜰천의 물이 문제를 유발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이변우 교수는 "전기전도도가 높으면 삼투압의 원리에 따라 벼가 수분흡수를 못 할 뿐만 아니라 황산이 황화수소 가스로 환원돼 뿌리를 썩게 한 것"이라며 "전뜰천의 물이 (벼를 썩게 한) 확실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폐수를 방류할 때) 법적기준을 준수했기 때문에 회사가 피해보상 등 책임을 질 사안이 아니다"며 "전뜰천의 물 중에는 다른 곳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물도 포함돼 있고, 더구나 물이 문제라는 근거도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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