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詩, 인천을 짓다

[인천의 詩, 인천을 짓다·12] 이가림作 '밴댕이를 먹으며'

인천대학교·경인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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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를 먹으며

무게 없는 사랑을
달아보고 또 달아보느라
늘 입속에 말을 우물거리고만 있는
나 같은
반벙어리 보라는 듯
영종도 막배로 온 중년의 사내 하나
깻잎 초고추장에
비릿한 한 움큼의 사랑을 싸서
애인의 입에 듬뿍 쑤셔 넣어준다
하인천역 앞
옛 청관으로 오르는 북성동 언덕길
수원집에서
밴댕이를 먹으며
나는 무심히 중얼거린다
그렇지 그래
사랑은
비릿한 한 움큼의 부끄러움을
남몰래
서로 입에 넣어주는 일이지…

-이가림(1943~2015)



지난 6월 21일, 장마전선이 북상 중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푹푹 찌던 한낮의 인천역 앞 북성동 언덕길 어귀. 신태희(74) 서점분(69) 부부가 이 자리에서만 수원집 간판을 내걸고 밴댕이를 판 게 30년이 넘었다. 조용하던 가게에 손님이 들었다. 10여 명이 겨우 앉을 좁은 공간에 노인 4명이 몰려드니 왁자하다. 30년 단골이라는 이들은 앉자마자 밴댕이와 소주를 시켰다. 수원집은 주인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아프기라도 하면 문을 못 연다. 남편은 새벽에 연안부두에서 물건을 떼고, 부인은 손질을 해서 내놓는 분업체계가 확실하다. 노부부의 건강에 수원집 밴댕이를 먹고 못 먹고 하는 문제가 달렸다. 밴댕이로 사랑을 전하려거든 노부부의 건강부터 기원할 일이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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