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미술조각품은 혈세낭비?'… 경제적 논리에 밀린 조형물

이윤희

발행일 2016-07-0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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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몇 년 전 독일에서 활동하는 조형예술가가 한국을 찾아 인터뷰하게 된 적이 있다.

1990년대 독일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형작가로, 오랜만에 작품전을 통해 한국 나들이를 하게 된 것이다.

여러 질문 중 독일 생활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갔다. 어떤 점이 힘드냐는 질문에 "물가가 비싸 좀 힘들 뿐이며 이를 제외하곤 작품 활동하는데 대체로 만족한다"는 뜻밖의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반대로 한국에서 힘든 점을 물으니 얘기가 길어졌다.

요약하면 "지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작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선 작품에 대한 가치도 중요하지만 종종 경제적 논리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의 작품은 주로 묵직한 조형물이다. 그는 이 조형물을 통해 공간에 의미를 더 하는 작업을 한다. 각종 금속류 등 육중한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작업도 힘들고, 작품을 완성했다 하더라도 이를 해체해 각지를 돌며 전시회 한번 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는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저마다의 감성을 가질 수 있고, 평면이 아닌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조형예술 분야는 그 어떤 예술품보다 매력적이며, 작품활동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 이 재독작가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최근 경기 광주에선 시가 추진하는 조형물 사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지난 4월 광주시의 추경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삭감된 '여름철 야외물놀이 사업'을 놓고 '왜 여름철 야외물놀이 사업 예산(4천200여만원)은 전액 삭감했고, 광주시청사 미술조각품 설치(2곳)를 위한 예산 4억원은 통과시켰느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물놀이 사업과 조형물 사업이 별개로 처리된 사안임에도 조형물 사업의 타당성을 추궁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실 이렇다 할 물놀이 시설이 없는 광주에 여름철 상시 운영할 수 있는 물놀이장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시민 입장에서 십분 이해가 간다. 해당 예산 통과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청사 미술조각품 설치와 관련,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설치 중단을 요구하는 것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만약 재독작가가 광주에서 활동했다면 어땠을까. 실제 광주에서 활동하는 한 예술가는 "이런 식이라면 마치 우리가 경제적으로 소용 가치가 없는 활동을 하는 것밖에 안되지 않느냐"며 "우리의 작품성을 매도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고 작품에 대한 예산을 사치성, 낭비성으로 인식하는 시선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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