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언론은 사회의 목탁

손수일

발행일 2016-07-0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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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소리로 어둠과 고요에 묻힌
삼라만상 일깨우는 목탁처럼
날카롭고 바른 눈으로 세상 비추며
공명정대한 필봉으로
무지한 대중 일깨우는 언론으로서
혼탁한 사회 등불되고 청량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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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깊은 산중 호젓한 산사에서는 새벽 3시경 절 마당과 법당을 돌며 두드리는 목탁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며 울려 퍼진다. 수도하는 도량을 깨끗하게 하는 의식인 동시에 잠들어 있는 천지 만물을 일깨우는 도량석(道場釋)이다.

청정한 도량을 여는 목탁은 박달나무 같은 단단한 통나무를 둥글게 다듬고 속을 파내어 만든다. 고요한 마음으로 두드리면 맑은소리를 내는 목탁은 욕심에 흐려지고 게을러진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우고자 그 생김새도 밤낮없이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 모양을 본떠서 만든다.

동이 트기도 전 새벽녘에 문간을 두드리는 또 하나는 조간신문과 함께 찾아오는 세상 소식이다. 30여 지면에 가득히 펼쳐진 나라 안팎 뉴스, 최신 정치·경제·과학 정보와 다각도의 논평, 화려한 컬러판으로 소개되는 문화·예술·스포츠 소식들이 현관 앞에 나날이 배달된다.

조간이 배달되는 시간도 대략 새벽 3~5시경 인시 무렵이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중에 사람이 깨어나는 시각이다.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 땅은 축시에 열리며, 사람은 인시에 차례로 깨어난다는 옛 선조들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이다.

사람을 깨우며 새 날을 연다는 점에서 속세의 조간신문과 산사의 목탁소리는 서로 상통하는 듯하다. 현대 언론은 사실 보도와 지식 정보의 전달, 논평과 비판을 통하여 무지한 대중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사회 여론 형성의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 어두운 세상을 일깨워 수도 정진으로 인도하는 목탁의 울림소리에 비견되곤 한다. 신문은 속세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유용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목탁은 번다한 세상사에 지치고 흐려진 마음을 깨끗이 닦아 고요한 청정심으로 인도한다.

사회의 공기(公器)이지만 경쟁 사회 속에 하나의 기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언론이 당면한 문제는 높은 구독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방에 난립하여 언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어당겨야 살아남는다.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보도 내용이나 화면 구성에 있어서 흥미 위주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거나, 당파성을 조장하며 다수 대중의 입맛에 맞춰 포퓰리즘으로 기울기도 한다. 언론의 필봉이 대중의 눈을 흐리게 하고 여론을 오도하는 흉기가 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대중사회에서 언론은 다수 국민 대중의 안목과 여론의 향배를 일차적으로 좌우한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정치적 상업적 동기나 함량 부족의 윤리의식, 기타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되어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무분별하게 휘두른 필봉은 엎질러진 물이 되어 사회구성원의 존엄성과 명예에 치유 불능의 상처를 남긴다.

변화무쌍한 세태 변화와 크고 작은 사건들을 선별, 보도, 논평함에 있어 언론의 날카롭고도 중립적인 직필은 중요하다. 그러나 팍팍한 일상에 고달픈 대중을 위무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안목으로 독자의 교양을 살찌우는 학문, 기예, 문화, 예술적 콘텐츠도 꾸준히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겨울날의 양지와 여름날의 응달에는 사람들이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모인다(冬日之陽 夏日之陰 不招而人自來). 어둡고 시린 사회 이면을 비추는 따뜻한 햇살이 되고, 혼탁한 세태를 경책하는 서늘한 목탁소리가 되어, 부조리하고 뜨거운 세상을 보듬고 식히며 사람들을 모으고 구독률을 높일 일이다. 똑똑똑 똑또그르르~ 맑은소리로 어둠과 고요에 묻힌 삼라만상을 일깨우는 목탁처럼, 날카롭고 바른 눈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며 공명정대한 필봉으로 무지한 대중을 일깨우는 언론으로서 혼탁한 사회의 등불이 되고 청량제가 될 일이다.

/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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