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 장터사람들·1] 강화장터 절구 쳐 만든 인절미 장수 할머니

30년 절구질의 고단함에서
인절미의 쫄깃함을 맛보다

경인일보

발행일 2016-07-04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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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의장터사람들 경인일보 연재(1)~2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에 들어선 5일장에서 절구로 떡을 치고 있는 황순이(79·가명)씨.

인천시 유일 '신토불이 5일장'
아이 넷 키우고 수억대 빚갚아
'옛방식의 떡' 수도권 단골 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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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사진작가
강화군 강화읍에 서는 5일장은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의 시골 맛 물씬 나는 인천광역시의 유일한 5일 장터. 시골 맛 나는 장터는 과연 어떤 곳일까? 어릴 때 엄마 등에 업혀서, 또는 손잡고 다녀봤던 시골 장터의 모습이 아련하다.

천막도 없고 장터에 보따리를 펼쳐놓고 나란히 줄지어 앉아 농산물을 팔고 계시는 어머니들의 모습. 비가 오면 그냥 비닐을 뒤집어 쓰거나 허름한 우산을 받친 채 장사를 해야 하는 그 시절의 장터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음속에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강화장터에는 옛날 모습이 그나마 남아 있다. 장날이면 할머니들이 보따리를 이고 지고 메고 끌고 새벽부터 장터로 집결한다. 그야말로 신토불이 시골 장터다. 그런 장터에 50년간 장사로 자식들 먹이고 키우고 가르치며 남편이 남기고 간 억대 빚까지 청산하신 장한 어머니. 그녀가 바로 황순이(79·가명)씨다.

황씨는 19살에 시집와 2남 2녀와 함께 먹고 살기 위해서 양계장, 축산, 논밭농사, 뻥튀기 장사, 식당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강화도 토박이다. 30년 동안 절구로 내리쳐 만든 떡은 인절미, 백설기, 시루떡 등 종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강화장터에서 인절미를 절구로 쳐 옛날 방식으로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 김포, 일산, 인천, 서울 등에서 단골손님이 장날(2/7일장)마다 찾아와 줄을 서서 맛을 봤다. 어릴 때 시골집에서 만들어 먹던 인절미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황 씨 할머니가 만드는 인절미 맛을 보러 찾았다. 그야말로 신토불이 맛과 정 그 자체였다.

고향의 어머니 손맛은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그대로 살아 숨 쉰다. 절구 하나로 수억의 빚을 갚았다고 취재 중에 다섯번은 말한 황 씨는 "절구질을 500번 내리쳐야 쫄깃한 인절미 맛을 볼 수 있다"고 힘차게 말했다.

이처럼 시골장터에는 우리의 옛 정서가 살아 있지만 빠른 속도로 그런 정서와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쉽게도 황 씨도 1년 전부터 장사를 그만두고 장터를 졸업하셨다. 한평생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살아오신 장터의 삶에 대한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5일 장터 장한 어머니상'을 드리고픈 심정이다.

이제 두 다리 쭉 펴시고 편안한 삶을 사셨으면 한다. 우리의 문화이고 저력인 5일 장터. 더 사라지기 전에 장터 문화체험을 통해 삶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한다.

/이수길 사진작가


■ 이수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1980년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졸업/2012년 '장터1 모정의 세월' 사진집 발간/2013년 '장터2 장인정신' 발간/2014년 '장터3 희로애락' 발간/2015년 '장터포토에세이, 문득 삶이 그리운 날에' 발간/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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