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 칼럼] 브렉시트(Brexit)와 신(新)자유주의의 종언(終焉)

서상목

발행일 2016-07-0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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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선거에서 메이가 수상되고
美에선 힐러리가 대통령 된다면
'자본주의 4.0'은 '3.0'의 폐해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반대결과 나오면 신고립주의와
반세계화로 전개될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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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자본주의와 산업화가 지금까지 몇 단계의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영국은 전환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자본주의 1.0'은 18세기말 제임스 왓트의 스팀엔진으로 상징되는 1차 산업혁명과 아담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양 날개 역할을 하였으며, 그 중심에 영국이 있음으로써 이른바 '팍스 브리타니카' 시대를 열었다.

사회복지와 거시경제 운용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2.0'은 19세기 말 토마스 에디슨의 전기발전소로 상징되는 2차 산업혁명과 유럽에서 복지국가의 태동이 핵심 내용이다. 비록 산업화 과정은 미국이 주도하였으나 원천적 기술은 영국에서 유래되었고, 복지국가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미국보다는 영국이 선도하였다.

시장경제를 다시 강조하는 '자본주의 3.0' 역시 1979년 영국의 대처 수상이 집권하여 하이에크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정책으로 옮김으로써 시작되었고, 이듬 해 미국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자는 신자유주의 이론은 금융시장의 세계화와 IT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불황이 없는 지속적 경제성장'이라는 업적을 이룩하였으나, 세계화와 IT기술 혁신은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급기야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라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세계금융위기는 선진국 정책당국자들 간 긴밀한 협력 덕분에 대공황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국가들의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EU는 구제금융문제를 둘러싸고 회원국들 간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생기게 되었다. 이에 더해 동유럽 13개국이 EU에 가입하면서 경제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으로의 이주민들이 급증하자 EU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 EU와 다소 거리를 두려는 성향을 갖고 있는 영국이 회원국으로는 처음으로 EU 탈퇴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진화라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살펴보면, 영국의 EU 탈퇴 선택은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표명하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 새로 전개될 '자본주의 4.0'의 내용이다. '자본주의 4.0'이 '자본주의 3.0'과는 정반대의 신고립주의와 국수주의로 갈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 3.0의 부작용을 수정하는 선에서 그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이번 9월 초에 치러질 영국의 수상 선거와 금년 말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가는 '자본주의 4.0'의 행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브렉시트를 이끈 존슨 전 런던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영국 수상선거는 탈퇴를 주장한 측의 대표주자로 레드섬 에너지 차관과 잔류를 주장한 측의 대표주자로 메이 내무장관의 양자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며, 현재로는 메이 장관의 당선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중도성향의 민주당 힐러리 후보와 극우성향의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양자 대결로 이번 대선이 치러질 것이나, 힐러리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일 다가오는 선거에서 영국에서 메이 장관이 수상이 되고 미국에서 힐러리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자본주의 4.0'은 '자본주의 3.0'의 폐해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그 내용이 결정될 것이나,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자본주의 4.0'은 신(新)고립주의와 반(反)세계화의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제까지 세계화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국가라고 할 수 있고 앞으로 발전방향 역시 세계화의 틀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영국의 차기 수상 선거와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세계화를 부정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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