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온 마을이 힘을 합쳐 논을 되살려야

전시언·정치부

발행일 2016-07-0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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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언 정치부
"큰 일이 발생하기 전엔 작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하잖아요."

하인리히의 법칙. 지난해 7월부터 1년 가까이 취재원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이천 SK 하이닉스 주변에 있는 논에서는 몇 년 전부터 벼가 뿌리부터 까맣게 썩으면서 서서히 말라죽고 있었다. 이러한 '농경지 황폐화' 현상은 결국 논에 심은 벼 전체를 썩게 했다.

사실 농민들을 비롯해 이천시와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징후를 미리 감지했었다. 1990년대 말부터 증상이 시작됐다는 농민들의 증언, 이천시와 SK하이닉스 등에 접수된 민원, 환경부의 수질오염 우려 경보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징후들은 모두 덮어졌고, 논은 썩을대로 썩어 3년 전부터 벼농사를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지난해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경인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천시는 피해 농민과 SK하이닉스를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그런데 여기서는 보상 문제만 이야기될 뿐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이천시는 '민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어영부영 넘어가는 모습에 '이러다 SK하이닉스 주변 논이 모두 썩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해 겨울을 보내고 올 3월부터 주기적으로 이천 현장으로 달려가 농민과 주민, 부동산중개소 등을 취재하며 해당 논에 모내기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논 주변에 건물들이 올라가고, 올해부터 농사를 포기했다는 농부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논이 썩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SK하이닉스 주변의 논이 황폐화 되고 있다는 기사가 수차례 나온 뒤에야 SK하이닉스와, 경기도, 이천시 등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이 나왔다고 논이 곧바로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다. 땅을 되살려 다시 벼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염된 논을 회복시키는데 온 마을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시언 정치부 coo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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