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도시에서 정의를 묻다

원제무

발행일 2016-07-0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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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도시가 되려면
도시개발 정책의 단계별 목적이
누구를 위해 부와 효율성을
추구하는지 따지고 민주적 참여
사회경제적 다양성 모색
혜택의 공정분배 원칙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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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무 한양대 교수
스크린도어를 안고 절규하다 낭떠러지로 내몰린 19세 청춘. 구의역 사고는 비정규직, 갑질, 안전 불감증, 불평등, 양극화 등 우리 도시의 총체적 불의(不義)가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법원 퇴거명령을 받고 현실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청년. 이는 도시 복지 분배상의 부정의(不定義)한 정책·주거복지 전달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의는 도시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과정 속에서 구현되어야 할 목표이다. 정의로운 도시란 도시정책이 부유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공정하게 혜택을 주는 도시이다. 롤스(Rawls)의 정의론은 자유 기회 부 그리고 자기 존중과 같은 가치있는 재화의 공정한 분배와 연계된다. 따라서 그의 정의론은 결과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의 도시정책이나 개발 사업(도시개발사업, 도시재생사업, 도로철도사업 등)은 사업의 구상> 계획> 타당성검토> 대안평가> 집행 이라는 장기간의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단계별 정의, 즉 과정(절차)상의 정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동안 서울시의 뉴타운과 재개발은 원주민을 몰아내고 지역공동체를 붕괴시키는 해악을 끼쳐왔다. 조합설립, 사업계획, 타당성 검토, 설계, 시공에 장기간이 걸리는 사업이 시장이 바뀌어 추진동력을 잃자 사업이 지연되면서 건설 회사들이 빠져나가고, 조합들은 운영난에 힘들어 하고 있다. 이 바람에 동네는 조각조각 부서졌다. 현재 대부분의 뉴타운 구역들이 해지가 되었다. 아직 살아 있는 구역에서는 사업추진이냐 포기냐를 놓고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정 지도자나 사업 관계자들이 나몰라라하고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의로운 도시행정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상인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임차인과 소비자가 밀려나고 있다. 젠트리피케니션이란 임차자가 가게를 잘 만들어 매력있는 공간을 만들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려서 임차인은 쫓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히는 홍대 앞 밴드와 상인들은 지역발전에 기여했는데 임대료가 상승되는 바람에 쫓겨날 위기에 면해 있다. 오직하면 이 지역에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이 생겨났을까.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는 고스란히 거리를 활성화시킨 임차인과 소비자(시민)에게 전가되니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혜택을 주는 정의로운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겠다. 이는 주택, 토지, 공간, 장소 등의 개발계획과정은 부자와 정치가, 그리고 자본가들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되고 실질소득을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재분배하는 방향으로 작동된다는 하비(Harvey)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도시에는 정의가 설 자리가 없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중앙부서와 협의나 국정감사 답변 등을 위해 서울을 왕래하는 데 소요되는 한해 출장비는 200억 원에 달한다. 행정수도를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 아주 먼 곳에 이전한데 따른 비효율의 극치인 것이다. 행정복합도시는 탄생되지 말았어야 했다. 정치논리에 의해 국토 및 도시계획 이념과 철학이 뒷전으로 밀려난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도시개발 사례이다. 이런 관점에서 세종시는 정의롭지 못한 정치가들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부정의에 의한 실패한 도시이다. 정의로운 도시가 되려면 도시개발 정책의 단계별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위해 부와 효율성을 추구하는가를 묻고, 나아가 최소한의 민주적 참여, 사회경제적 다양성 모색, 개발혜택에 대한 공정한 분배 원칙을 동시에 추구해야한다.

이제 우리가 사는 도시는 모든 것이 정의로울 권리를 갖는다. 정의가 없는 도시는 한없이 가벼운 불의가 판치는 도시가 된다. 정의로움은 기존의 관행처럼 권력에 의해 규정되고 그 나머지는 시민들에게 강요되는 가치가 아니다. 정의가 살아날 때 도시의 불평등구조도 사라질 것이다. 정의로운 도시공동체에 대한 사유와 반성, 그리고 고뇌가 있어야 도시의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

/원제무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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