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 장터사람들·2] 성남 모란장터 팥죽할머니

팥죽 한그릇에 새알 빚어 퐁당
허기졌던 마음가득 '고향의 情'

경인일보

발행일 2016-07-11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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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의장터사람들 경인일보 연재(2)
팥죽으로 일평생 1남 2녀를 먹여 살린 성남 모란시장 상인 강길레(72.여)씨.

전국 535곳중 가장 큰 5일장
시원한 콩국한입 '엄마 생각'
홀몸노인에 공짜 대접 '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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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사진작가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자리한 535개 5일 장터 중 성남시에 위치한 모란장터는 그 크기로 가장 으뜸이다. 장터에 모이는 상인들만 950여 명이 되고 주말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5일장이다.

모란장터에서 고향의 맛과 정이 물씬 담긴 팥죽을 파는 강길레(72·여) 씨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김제에서 태어난 그녀는 24살에 결혼해 1남 2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보따리 장사로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았다.

보따리 장사로 돌아다닌 장터만 30여 곳이나 되는 그야말로 장사의 신 그 자체다. 잡곡 장사로 시작해 고추장사와 만물장사 등을 거쳐 모란장터에서 팥죽 장사로 정착했다.

장날에 그녀의 팥죽을 먹으려고 전국(서울, 인천, 철원, 수원, 용인 등)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500여 명을 넘을 때도 있었다. 그녀가 팔고 있는 음식은 팥죽, 호박죽, 팥 칼국수, 콩국수 등이 주 메뉴이고 특히 팥죽에 손수 만들어 넣은 새알 맛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강 씨는 모든 손님들에게 따뜻한 말과 표정으로 시골에 계신 어머니와 같은 느낌으로 맞이해준다. 가령 "더운데 시원한 콩국 한 잔 들이키라"면서 주전자에 든 콩국을 종이컵에 따라주는 식이다.

장날마다 찾아와 고향을 생각하면서 팥죽을 먹는 단골손님들은 "강 씨는 독거노인들에게는 돈을 안 받고 공짜로 팥죽을 대접한다"며 "팥죽을 파는 것이 아니라 구수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다"고 목격담을 전한다.

최근 강 씨는 인공연골 수술을 받고 힘든 일을 하지 못해 며느리에게 대물림 결심을 했다. 며느리는 작년 10월부터 수습생으로 일하면서 시어머니가 일러주는 단골손님들과 안면을 트느라 정신이 없다.

장터생활 초년생인 며느리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장터로 나오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니의 대답은 이랬다. "그게 힘들면 평생 그렇게 살아온 나를 생각해 봐라. 역지사지로 극복할 수 있을 거야." 간결하지만 인생선배가 풍진 세상을 건너오며 체득한 정답 아닌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우리들의 어머니 세대가 살아온 세월을 거울로 삼아 살아간다면 못 할 일이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경기도에서 가장 큰 모란장날에 팥죽 한 사발로 고향의 향수도 느끼고 장인정신으로 살아온 세월도 느끼고 그 세월에 담긴 따뜻한 정도 나눠보면 어떨까.

/이수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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