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진 칼럼] 위증시대

홍창진

발행일 2016-07-1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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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화백의 위증논란 계기로
우리는 사회를 좀 더 넓게 보는
시야를 갖게 됐으면 좋겠다
눈앞의 이익은 몇사람이
공유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겐
큰 불이익이 된다는 사실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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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이우환이라는 저명한 화가가 위증을 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합니다.

언론 보도를 하는 기자들도 위증이라는 무게를 두고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만일 그가 위증을 한다면 왜 위증을 하는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추측이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정황을 판단하건대 무슨 사연에서건 그가 위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폭들은 두목이 살인을 저지르면 부하가 대신 옥살이를 하는 것을 대단한 의리라고 생각한다고 들었습니다. 회사나 기관에서도 진실을 은폐한 채 누군가가 대신 죄를 덮어쓰면 그 기관에서 의리있는 사람이 되고 영웅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골목에서 의리를 지키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골목동네가 아닙니다. 이우환 화백은 훌륭한 예술가입니다. 만일 그가 위증을 한다면 골목대장을 자처하는 꼴이 됩니다.

짧은 생각이지만 이우환 작가는 혹시 "위작도 작가 스스로 내가 그렸다는데 누가 감히 위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 이 한마디로 여러 사람 구했다. 화랑주인들, 위작 소유자들 등등 모두 살아 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증언이 만일 위증일 경우 후배 작가들은 앞으로 막막해집니다.

미술판에 위작이 난무한다는 의심을 갖게 된 이상 수집가들은 이제 미술품을 즐기는 낙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미술 시장을 점점 떠나게 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검찰과 이 화백이 서로 상반된 의견이 아니라 대중이 생각할 때 검찰 수사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문제가 심각한 것입니다. 모든 정황이 위작인데 뜬금없이 본인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대중들이 인식한다는 게 큰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대중은 이제 검찰수사의 결과와 상관없이 위증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품고 있습니다.

미술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는 작은 집단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위증은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를 위해서라면, 우리 회사를 위해서라면, 우리 조직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이 통용되고 인정되는 사회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골목을 빛나게 해줄지 모르지만 국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무서운 범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은 작가의 증언에만 의존하지 말고 과학수사의 기법을 도용해서라도 이우환 작가 증언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진실이다 혹은 위증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으면 합니다.

이번 이우환 작가의 위작에 대한 그의 증언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우리 사회를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앞에 이익은 몇 사람이 공유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는 큰 불이익이 된다는 사실은 꼭 알아야 합니다.

/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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