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 정봉교 하남고등학교 교사

꼴찌들의 유쾌한 반란
삶을 바꿔주는 하모니

최규원 기자

발행일 2016-07-12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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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교 교사-5
하남고등학교 관현악부 정봉교 교사가 관악경연대회에서 받은 트로피를 들고 있다. 하남/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

관악기 연습 '새 목표' 부여
경연대회 등 40여 차례 수상
제자 70여명 음악 전공 진학


'꼴찌들의 반란은 언제나 유쾌하다!'

학창시절 꼴찌들은 '문제아'로 분류돼 나중에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에 둘러싸인다.

하지만 성적 꼴찌가 꼭 인생 꼴찌가 되란 법은 없다. 단지 이들에겐 자신의 재능을 알아볼 스승이 필요할 뿐이다. 정봉교(49·사진) 하남고등학교 교사는 1996년 이 학교로 부임한 뒤 지금까지, '꼴찌'들에게 관악기를 통해 삶을 열어준 이 시대의 참 스승이다.

하남고 관악부는 1992년 마칭밴드(행진하며 연주하는 것이 주요 공연 형태인 취주악단)로 창단됐으나 정 교사가 부임한 뒤 실내악 중심의 콘서트 밴드로 모습을 바꿨다.

음악하는 사람이란 인격이 먼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공부에 영 취미가 없는 학생들에게 관악기를 쥐여줬다. '인격훈련'은 곧 끊임없는 연습이었다. 하남고 관악부는 방과 후 활동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오후 5시께부터 연습 일정이 시작됐다.

정 교사의 '꼬임'에 발을 들인 학생들은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특훈을 벗어날 수 없었다. 국·영·수 책 대신 낯선 악기를 잡고 궁둥이 붙이기 훈련을 하자 어느 순간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다음부터 일은 스스로 풀렸다. 지금까지 70여명이 자신의 악기로 대학을 진학했고, 일부는 아예 직업적 음악인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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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고등학교 관현악부가 정봉교 교사의 지휘로 공연을 하고 있다. /정봉교 교사 제공

관악부는 수많은 연습은 물론 500여차례의 크고 작은 지역사회 행사나 음악봉사를 하며 실전경험을 쌓았다. 그 결과 1997년 전국 관악경연대회 은상, 1999년 같은 대회 금상, 2002년 전국 난파 관악 경연대회 최우수상 등 지금까지 40여차례의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정 교사는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그 학생의 인생도 사회의 꼴찌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가정형편이 어렵고 학업성적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제안한 관현악부(2008년 바이올린 연주자가 자발적으로 입단하며 현악부가 생김) 활동으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권유로 관악부에 들어와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학생들 대부분이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음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하남시와 경기도교육청으로 찾아가 직접 예산을 챙기길 마다치 않았다.

지금은 컨테이너에서 벗어나 별도의 음악실은 물론 다수의 악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도 교육청으로부터 관현악 특기생 5명을 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관악단원이 40~50명이나 됐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줄어 12명밖에 안 된다. 더욱이 관련학과 없이 동아리 형태로 유지하다 보니 지금은 관현악부 존립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학교가 전문과정을 만들었으면 좋겠지만 제도적 문제 때문에 어렵다"고 지금의 현실을 설명한다.

그래도 여전히 그가 제자를 사랑하는 열정은 꼴찌도 웃게 만든다.

하남/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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