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병 앓는 인천국제 공항공사

이진호

발행일 2016-07-1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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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위한 사업 없고 세금 감면받는 '권위성 합병증'
항공사 의지대로 시스템 돌아가는 '항공사 눈치병'
"위험물저장시설 사고난적 없다"며 지침마저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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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기업이다. 공기업과 광역자치단체는 상하관계에 있지 않다. 그런데도 공기업이 광역단체를 하급기관쯤으로 여기는 '착각병'을 앓고 있다면 바로잡고 고쳐야 한다.

공항공사가 앓고 있는 병의 증세는 이렇다. '인천 지역'이라는 말이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서 귀가 안 들리는 증세를 보인다. 개항 후 십 수년간 '착각병'이 악화하면서 '권위성 합병증'마저 나타나고 있다. 공항공사는 유독 인천 지역과 유대 관계를 맺는 것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사회 공헌 얘기가 나올 때마다 "국제공항을 운영하는 공사가 인천에만 지원해주면 다른 지자체에서 난리를 피운다"며 난색을 보여왔다고 한다.

인천시는 공항 개항 이후부터 지금까지 공항공사가 내야 할 엄청난 세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시가 공항공사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이유는 (공항공사가) 지역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전제에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세금을 두고 공항공사와 인천시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국가공기업이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인천시의 요구는 모양새가 빠지기 때문에 안되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은 당연히 인천시가 해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항공사는 지금까지 인천시로부터 총 1천600억원 규모의 세금을 감면받았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총 1조6천7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중 정부 배당금으로 1천980억원을 지급하면서도 인천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공항공사가 "공항이 인천에 있는 것만으로도 지역발전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역사회에 공헌하지 않는 공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인천시를 시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뻔하지 않겠는가.

공항공사가 앓고 있는 두 번째 병은 '항공사 눈치병'이다. 항공사가 '기침'이라도 하면 공항공사는 '감기'에 들 정도로 보이지 않는 '갑·을'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공항공사가 항공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안을 들여다보면 '항공사 의지대로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위험물 처리시스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공항공사 소유의 공항위험물터미널을 중소기업이 위탁 운영계약을 체결한 이후 항공사 일반창고에 위험물저장시설을 인정해 주고 있다.

항공사 위험물저장시설은 대부분 철조망만 둘러친 간이시설이고, 공항위험물터미널은 국토부가 공항 건설 초기부터 안전성을 고려해 지은 위험물보관시설이다. 그런데도 항공사들이 위험물터미널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겠다고 하자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공항공사와 공항세관 관계자들이 위험물과 관련해 얘기를 나누던 중 "대한민국에서 공항이라는 시설이 만들어진 이후 단 한 번도 (폭발사고를 포함한) 안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는데 왜 언론이 나서 문제 삼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인천공항에선 중국 텐진항 같은 대형폭발사고는 일어날 수 없다는 거였다. 그들 주장의 근거는 인천공항에서 취급하는 위험화물은 폭발을 대비해 안전하게 포장하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천공항화물터미널 내에서 발생한 사고들은 '안전 위험 요소가 없는 단순 사고였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국민안전처가 직접 나서 올해 초 '위험물처리지침'까지 마련했겠는가. 공항 위험물 안전에 위험 요소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침마저 항공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관세청까지 나서 항공사와 지상조업사의 위험물터미널 의무반입 규정마저 없애주면서 항공사들은 공항 곳곳에 위험물저장시설을 만들어 연간 수십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대한민국 특정 장소에서 단 한 번도 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600년이 넘은 남대문도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타버려 재가됐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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