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 장터사람들·4] 김포장터 생선장수 김정순 할머니

오남매 키워낸 40년 장돌뱅이 '정직한 거래'

경인일보

발행일 2016-07-25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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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의장터사람들 경인일보 연재(4)

전남에서 태어나 김포 마송에 정착
토종닭 잘될땐 하루 100마리 판매
"장사꾼은 장터에서 뼈를 묻어야"
생선으로 밑천바꿔 여전히 '情'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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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경기도 김포시는 맛좋은 쌀이 나오는 김포평야가 있던 고장인데 지금은 그 넓은 평야에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옛날의 시골풍경은 사라졌다. 시골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인구는 팽창됐다. 김포 5일장은 인구의 증가로 더 활성화됐다.

김포 장터 사람들에게 새로 유입된 신도시 입주민들이 장터를 찾으면서 활기가 살아났으니 이보다 반가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장터는 오랜 세월 부침을 거듭해왔다. 김포장터의 변화무쌍한 세파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살아온 생선장수 김정순(80) 할머니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전남 하산마을이라는 오지에서 태어나 23살에 충남 논산으로 시집와 살다가 39살에 김포시 마송에서 장사하면서 정착해 살았다. 마송으로 이주해 살면서 2남3녀와 먹고 살기 위해 닭 장사로 장돌뱅이 생활을 시작했다. 40년 전 시골장터에서 닭 장사는 먹고 살만한 장사였고 하루에 100마리까지 팔리는 날도 있었다.

그야말로 돈방석을 깔고 장사를 할 정도로 팔림새가 좋았다. 30년 넘게 닭 장사로만 김포장터(2·7일장), 마송장터(3·8일장), 하성장터(4·9일장)를 순례하며 닭을 팔았다.

김 할머니는 "나는 닭을 팔아 돈을 벌어 자식들과 먹고 살 수 있어 행복했고 손님은 토종닭을 살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한다. 정직한 거래는 할머니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모질고 고된 장터 세월을 살면서 심해진 허리통증과 관절통으로 닭 장사는 접었다. 자식들은 아예 편히 쉬라고 했다.

하지만 "장터에서 뼈가 굵은 장사꾼은 장터에서 뼈를 묻어야 한다"며 장사 밑천을 닭에서 생선으로 바꾸었다.

지금은 아들딸과 함께 생선 장사를 하면서 손님들과 안부도 묻고 시원한 냉커피도 주고받으면서 시골 장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사신다. 쉰 종류가 넘는 생선이름을 모두 외우는 것은 물론 손님들에게 요리법까지 설명해준다.

큰딸 백금희(52)씨는 "우리 엄마는 자식들에게 '이놈저년'이란 욕 한 번 안 하시고 사랑으로 키우셨다. 그야말로 강하고 위대한 엄마"라며 자랑스러워했다.

80대의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세월은 오로지 자식을 위한 일념이었다. 자식을 위해 새벽마다 정안수 떠놓고 두 손 모아 빌며 살아온 세월. 어머니 품속같이 따뜻한 김포 5일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마음의 비타민제를 듬뿍 섭취해 보심도 좋을 듯.

/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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