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K-Pumassi) 글로벌 캠페인

[우리시대의 품앗이人(K-Pumassian)] '5년째 기부' 허정만 옹

善으로 새긴 불로장생

지팡이 깎는 할아버지
지팡이 할아버지 허정만
'지팡이 할아버지'로 불리는 허정만 씨가 5년째 만들어오고 있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가운데 앞쪽에 자신이 고안한 지팡이 제작 도구가 보인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죽은 나무 깎아 지팡이 500여개 만들어
복지관·광주 위안부 할머니 등에 나눔
주변인 돕는일 늘 앞장 "행복 전도사"


2016080101000058000001042
품앗이(K-Pumassi) 글로벌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최창섭 교수는 '품앗이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바탕을 둔 정신가치'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팡이 할아버지'로 불리는 허정만(79) 옹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한 마음 하나로 품앗이를 실천하고 있는 진정한 품앗이안이라 할 수 있겠다.



허 옹은 낼모레면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하지만 5년 전 우연히 시작한 지팡이 만드는 일을 노동이라 생각지 않고 보람으로 생각하며 열정을 쏟고 있다.

"나이도 있고 장애(사고로 장애2급 판정을 받았음)도 가지고 있어 건강도 챙길 겸 인근 백마산에 다녔다. 그런데 죽은 나무를 꺾어 지팡이로 짚으니 도움이 됐다.

소나무과의 나무였는데 가볍고 단단해 지팡이로 아주 편했다. 이후 산에서 고목을 주어다가 지팡이로 깎았고, 복지관 등에 나눠주다보니 그 수가 500여 개에 이르렀다." 그는 지팡이에 '不老長生(불로장생)'이라는 글귀를 손수 써넣으며 받는 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5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복지관에 60개를 주고, 100개를 채우려는 마음에 40개만 더 만들려고 했는데 주변에 지팡이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 그 수가 늘었다"는 그는 그중 나눔의 집에 지팡이를 전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3~4년 전 TV를 보다 광주에 '나눔의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그 길로 그곳을 찾았다. 그런데 창문 너머로 바깥을 바라보는 할머니들을 보니 얼마나 안쓰럽던지 직접 뵙지도 못하고 사무실에 지팡이만 전하고 오게 됐다"고 전한다.

사실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매번 보람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부심을 갖고 지팡이를 나눠주는데 알고보니 3년 전 나보다 먼저 이 일을 해왔던 이가 있단 걸 알게 됐다. 궁금했다. 왜 지금은 이 보람된 일을 안 하는지. 그런데 어느 날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 양반이 열심히 만든 지팡이를 누가 부러뜨려 길가에 버렸고, 이후 의욕이 꺾여 그만뒀다는 것이다."

허 옹은 본인이 만든 지팡이도 언젠가 버림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 시선을 바라고 한 일도 아닌데 한 명이라도 원하는 이가 있다면 끝까지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로 이내 마음을 다져먹었다"고 한다.

그의 품앗이안 활동은 지팡이 만들기에 그치지 않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선(善)'이라 생각하는 것에는 앞장서 실천한다.

얼마 전에는 백마산에서 썩은 나뭇가지가 떨어져 (본인의) 머리를 다치는 일이 발생하자 다른 등산객도 다칠까 하는 마음에 10여 일 간 톱을 들고 백마산 일대를 돌며 위험스런 나뭇가지를 베었다. 그전에는 가마봉에 오르다 미끄러져 낙상사고를 당한 뒤 홀로 18개의 계단을 만들어 등산객 안전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양천 허씨 가문의 31대손으로, 동의보감을 집필한 허준 선생의 후손이기도 하다. 책밖에 모르던 선친 밑에서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았다는 허 할아버지는 "사람은 저마다 각자 운명을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비록 현재 내 생활이 힘들지라도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남은 인생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다 떠나고 싶다"고 전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이윤희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