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살인자:지뢰·2] CSHD와 아키라 팀장의 지뢰제거 현장 르포

통학로 바로 옆 '피말리는 제거 작전'

김영래·전상천 기자

발행일 2016-08-03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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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HD 아키라 팀장이 지뢰제거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

태국과의 국경마을 '에크핍'
아이등 13명 사상 위험지역

팀장 지휘아래 30여명 투입
나무·잡초 베며 '매설 확인'
발목지뢰 발견후 폭파 굉음
50m 치솟은 잔해 위력실감

"The Hidden Killer Land Mine(지뢰는 살인자입니다)."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6월 30일 오전 10시 30분 오돌민체이(Odormeanchey) 주 안롱벵(An Long Veng) 구에 속하고 200여 가구가 모여살고 있는 태국과의 국경 마을인 '에크핍'(EKpheap). 경인일보 취재진이 이른 새벽부터 세계적인 관광지인 캄보디아 시엠립(Siem Reap City)에서 출발, 3시간여동안 차량으로 달려 도착한 마을이다.

취재진은 지뢰제거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캄보디아자조지뢰제거비영리단체인 'CSHD(Cambodian Self Help Deming)'의 아키라(44·Aki Ra) 팀장과 지뢰제거대원 30여명을 만났다.

지뢰안전교육 등을 받은 뒤 안전장비를 갖춘 취재진은 '01812 B(지뢰매설지역 정보)' 구역 내 학교 인근에 매설된 지뢰와 피말리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으로 전격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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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지대 인근 학교 통학로를 오가는 염소와 캄보디아의 한 아동.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

CSHD 대원들은 학생들이 매일 아침 오가는 통학로와 학생들이 뛰어다닐 운동장에서 불과 50여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나무와 잡풀들 아래 조용히 숨을 쉬고 있는 살인자(지뢰)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 9월께 3명의 어린아이들이 지뢰를 밟아 귀중한 생명을 잃는 등 그동안 13명의 지뢰 피해자들이 목숨을 잃거나 큰 부상을 당한 곳이다.

지뢰제거 현장을 총괄하는 아키라 팀장의 지휘 아래 CSHD 대원들은 지뢰제거 안전라인 안쪽에서 무릎을 꿇은 채 가로·세로 50㎝도 안되는 공간의 나무와 잡초 등을 큰 가위로 베어 나갔다. 이어 지뢰탐지기로 지뢰매설 여부를 확인하며 조금씩 지뢰안전지대를 넓혀 나갔다.

취재진은 연신 흘러내리는 땀이 안전장비 상의와 바지 안쪽의 속옷까지 흠뻑 적시는 긴장 속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지뢰제거 현장을 1시간 가량 지켜봤다. '숨겨진 살인자'인 지뢰가 언제 자신을 엄습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키라 팀장과 그의 동료들은 캄보디아 국경 마을 인근 지뢰가 40여년동안 폭우 등에 잠길 때마다 땅 밑에서 뱀처럼 소리 없이 떠다니고 냄새도 없어 '숨겨진 살인자'라고 불렀다.

취재진은 이날 정오 목숨을 걸고 전투(?)를 벌인 CSHD 대원들이 발견한 30년전 매설된 발목지뢰(M14)를 폭파, 제거하는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검은 연기와 함께 30~50m 이상 치솟는 폭발물 잔해와 소리에 지뢰제거 현장은 지진이 난 것처럼 뒤흔들렸다.

캄보디아 내전이 한창이던 지난 1982년 당시 부모를 잃고 열살이란 어린 나이에 소년병으로 참전하기도 했던 아키라 팀장이 지난 1990년 막대기를 들고 들판에 나가 지뢰를 파내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CSHD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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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폭파로 손목을 자를 정도로 큰 부상을 당한 CSHD 소속 대원이 지뢰탐지기로 지뢰를 검색하고 있는 장면.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

그는 "당시 군부의 강압 때문에, 살기 위해 지뢰를 매설했다"고 회상한 뒤 "훗날 자신이 매설했을지도 모를 지뢰로 인해 가족과 이웃들의 목숨, 그리고 손과 발 등 신체 일부를 빼앗아 버릴지도 모른다는 죄의식에 무척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CSHD는 그동안 미국과 호주 등지로부터 60만 달러의 지뢰구호기금을 지원받아 1년에 12~15개 지뢰매설지역에서 하루 150㎡의 지뢰 의심지역을 생존지역으로 바꿨다. 그리고 현재는 지뢰가 제거된 107곳의 안전지대에서 3만2천여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꿈을 꾸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국경의 지뢰제거 없이는 평화가 올 수 없다'고 강조하는 아키라 팀장은 "살기 위해 매설했던 지뢰가 우리의 생명과 우리 후손들의 미래까지 위협할 줄은 몰랐다"며 "우리의 생명과 후손들의 미래까지 위협하는 캄보디아 국경 전역에 깔린 지뢰를 모두 찾아 없애는 일이 소망"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 시엠립/전상천·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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