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대통령제 절대 '善' 아니다

최창렬

발행일 2016-08-03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무늬만 대통령제, 내각제와 결합 어중간한 '혼합형'
국회에 개입 갈등·대립 확대재생산 기형적 권력운용
순수대통령제 전제 안되면 4년중임제 개헌 '정치후퇴'

2016080301000196700007311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개헌을 금방이라도 할 것 같았던 20대 국회 개원 때와 달리 각종 현안에 가려 권력구조 변경 의제는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 여당의 막장 공천,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 등 후진적인 행태는 별개의 사안일지 모르나 비정상적 권력운용에서 비롯되고 있다. 권력구조 변경을 위한 개헌 논의는 대통령 임기 말의 레임덕, 여야 대치의 일상화 등 정치적 병리현상 등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구체적 대안으로 5년 단임을 레임덕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에서의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집행부의 권력 분산이 목적인 이원집정부제, 행정부와 국회의 융합적 요소가 강한 내각제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현행 헌정체제에 대한 성찰이 부재한 권력구조의 변경만으로는 정치의 본령을 살릴 수 없다. 특히 현재의 대통령제의 운용을 가능케 하는 정당문화나 관행,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과 비정상적 내각제적 요소를 잔존시킨 채 4년 중임제로 개헌한다면 현재의 5년 임기의 폐해를 3년 더 연장시키는 효과만 두드러짐으로써 정치적 퇴행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한국 대통령제는 무늬만 대통령제이지 미국식의 대통령제와는 거리가 먼 제도다. 내각제와의 어중간한 결합인 '혼합'형 대통령제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순수대통령제라 할 만한 미국 대통령제에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임 등의 제도가 없다. 또한 정당의 기율이 약하고 중앙집권적인 지도부의 당론에 의원들이 구속되지 않는다. 국회와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대통령의 신임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능을 상실한 국무총리제도도, 대통령 선거인단 문제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대통령제로 불리는 미국에는 없는 제도이다.

한국은 1987년 9차개헌 이후 국회의 권능을 강화하고 권위주의 시대의 비정상적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축소하는 등 일정 부분 대통령제에 대한 견제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제도,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 허용 등의 내각제적 요소를 잔존시킴으로써 오히려 국정의 발목을 잡는 역설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내각제적 요소는 국회의 실질적 견제 기능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의 정치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여당을 통해서 국회를 통제하고 비판하는 기형적 권력운용 행태를 보인다.

이는 생산적 견제가 아닌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을 초래함으로써 국회는 정쟁의 장으로 국민에게 각인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하고 정치인들과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패구조와 맞물리면서,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기는커녕 대립을 확대재생산하는 부정적 존재로 전락한다.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국민과의 직접 대화라는 명분으로 국회를 비난하고 행정부 수반을 넘어 국가의 수반으로서 초월적 존재로 군림한다. 야당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대통령과 의회의 생산적 균형은 국회 내의 대통령의 전위로 전락한 여당과 야당의 대결구도로 치환된다. 여야 모두 권위주의 시대의 중앙집권적 정당구조에 함몰되어 있으며 강한 대통령, 강한 기율의 정당의 조합은 결국 정치학자 린쯔(Juan Linz)가 말하는 정치의 경직(rigidity)을 가져온다. 사르토리(Sartori)의 말처럼 권력분립은 대통령제 원형의 운영원리 중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대통령제에서 권력분립은 실질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대통령과 국회가 모두 직접 선출에 의해 구성되는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을 가지고 있으나 순수대통령제의 삼권분립의 원형의 수준을 넘는 대통령 권력집중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압도적 영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삼권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절대'대통령제(Absolute Presidetialism)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순수대통령제로의 변형이 전제되지 않는 4년 중임제의 개헌은 그래서 정치의 후퇴요, 대립 구조의 연장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대통령제의 환상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5·16 군사정변이 무너뜨린 게 내각제였다. 분단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만한 비약도 없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최창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