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 칼럼] 내각제 개헌이 아니면, 개헌 논의 불필요하다

서상목

발행일 2016-08-0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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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처한 경제·양극화된 사회…
한반도 통일 시대적 과제 앞에
국민 합의 도출 어려운 상황
정치권이 개헌에만 몰두하면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
현 시점 부정적인 측면이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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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최근 개헌에 관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회의원과 국민의 다수가 동의를 하면서도 권력구조 개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 어느 것도 개헌에 필요한 국회의원 2분의 2 그리고 국민의 과반수 찬성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권력구조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많은 정치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어왔다. 우선 대통령제는 내각제와 비교해서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이 서로 대립된 관계를 형성하여 정국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20대 총선과 같이 이른바 '여소야대' 상황이 전개되면 행정부를 장악한 대통령의 권력과 입법부를 장악한 의회권력이 충돌할 경우 해결책을 찾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내각제의 경우에서 연정을 통해 행정부 권력과 의회권력을 일치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나, 대통령제에서는 이러한 장치가 없기 때문에 정국불안이 장기화 될 수 있다.

대통령제의 또 다른 문제는 정당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아 선거에서 당선되지만 대통령에 취임하면 소속 정당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한국과 같은 단임제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대통령제의 장점은 대통령이 강력한 힘을 갖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한 대로 대통령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집권당이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이른바 '이원적 민주 정통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경험을 보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비록 과반의석이 있어도 이른바 '정치선진화법' 때문에 60% 이상의 의석이 있지 않는 한 야당이 반대하면 아무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꾼다고 강력한 정부가 탄생한다는 보장 역시 없다. 중임제의 장점은 대통령이 잘하면 5년이 아니라 8년을 집권함으로써 국정의 연속성이 개선될 수 있으나, 재집권을 하려는 대통령 지지세력과 이를 견제하려는 반대세력 간 반목과 갈등은 오히려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정국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은 단임제에서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대통령 연임제의 대안으로 이원집정제를 주장하기도 하나, 이 역시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대통령과 당적이 다른 경우에는 매우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내각제가 가장 바람직한 권력구조임에 틀림없으나, 내각제로의 개헌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의 내각제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내각제로의 개헌이 아니라면 개헌논의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통령 중임제로의 개헌은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원집정제로의 개헌 역시 의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대통령과 정당이 다른 경우 심각한 대립과 혼란을 야기할 것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권력구조 외에 국민의 기본권 등 여러 문제에 대한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진보세력은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화하기를 원하나, 보수세력은 이 조항이 아예 삭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위기에 처한 경제를 다시 살리고, 양극화된 사회를 바로 세우며, 핵무기와 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을 붕괴시켜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통일 한반도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개선보다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큼은 물론이고 권력구조 이외의 사항에서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이 개헌 문제에 몰두하게 된다면 민생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 뻔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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