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살인자:지뢰·4] 미얀마 난민들의 재정착 가로막는 지뢰

지뢰밭 된 고향, 쉽게 발 못들이는 귀향길

전상천·김영래 기자

발행일 2016-08-10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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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U의 한 병사가 사제 폭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

반세기 지속 군사정부 지배 끝나
태국 등으로 피신한 국민들 귀환
KNU와 내전중 매설된 지뢰 방치
12만여명 난민, 고국 가는길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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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난민 평화적 귀환 및 재정착'에 관한 프로젝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세기 동안 계속돼 온 권위주의 군사 정부의 지배가 최근 막을 내리면서 그동안 군부 독재에 항거, 고국을 떠났던 수많은 난민들의 자발적인 귀환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미얀마 정부는 태국 등 전 세계를 떠돌다 귀환한 난민에게 집과 농토를 나눠준 뒤 학교와 관공서, 병원을 짓는 등 이들의 평화로운 재정착을 위해 마을 공동체 건설을 위한 액션 플랜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진행된 미얀마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 속에서 군대가 주둔했던 캠프나 마을, 적 침투가 예상되는 산악지대 등지에 경쟁적으로 매설됐던 '지뢰(Landmine)'가 최근까지 방치돼 귀환 난민들의 재정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미얀마 전역에 살포된 '지뢰 제거(De-mining)'가 최우선 선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얀마, 난민 송환 본격화

-자발적 귀환 시작=최근 문민정부가 들어선 미얀마는 군부 폭정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거나 삶의 터전을 빼앗겨 태국 등지로 탈출했던 자국민들을 고국으로 송환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지난해 11월 실시한 총선에서 90% 이상의 의석을 싹쓸이하며 승리했다. 이후 올해 초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문민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그동안 군부 독재에 저항, 해외로 탈출했던 난민들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미얀마 정부 운영의 실질적 권력 수반이기도 한 수치 여사는 지난 6월 태국을 방문했고 태국·미얀마 양국은 '미얀마 난민의 귀환(The teturn of Burmese refugees)'을 적극 지원키로 협정을 체결했다. "미얀마 난민의 귀환을 적극 환영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수치 여사는 난민의 안전한 본국 귀환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미얀마 정부는 같은 달 말께 첫 조치로 난민캠프 거주 난민 196명을 본국으로 송환했다.

카렌 민족 군사무장조직인 'KNU(The Karen National Union)'도 고향에서 집과 땅 등 삶의 터전을 상실한 국내 난민의 귀향과 정부군과 반군 간 60여년 이상의 내전으로 고국을 떠났던 해외 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과 토지 제공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KNU는 카렌 주(州) 동남쪽에 위치한 케인세이큐 타운십(Kyainseikgyi Township)과 파안 구역(Hpa-an District) 등에 집과 농토 등을 마련, 귀환 난민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

또 UNHCR(유엔난민기구)과 IOM(국제이주기구)은 지난 7월 미얀마 난민의 자발적인 본국 귀환을 돕기 위해 9개의 난민캠프가 위치한 태국-미얀마 국경지대 난민촌 도시 메솟에 '자발적 송환 센터(Voluntary Repatriation Centers)'를 설립하고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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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제거 작업에 나선 KNU 군대의 한 병사가 사제 지뢰를 폭파시키고 있다.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

#지뢰제거의 딜레마

-군대 주둔 악재(?)=미얀마 전역에서는 태국 등지에서 자발적으로 귀환하는 난민들을 수용할 보호시설 등을 짓기 위한 땅을 확보하기 위한 지뢰제거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군에 맞서 내전을 벌이고 있는 KNU는 그동안 자신들이 관할하는 카렌 땅 중 상당한 곳을 군사시설로 활용해 왔다.

이에 따라 미얀마 정부군은 카렌 민족의 땅을 점령하면 카렌민족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마을 안팎에 지뢰를 매설했다. KNU도 군 캠프 인근 적의 주요 침투로를 중심으로 지뢰를 매설, 정부군의 공격에 대비했다.

오직 적군을 살상하기 위해 매설했던 지뢰. 하지만 현재 카렌 민족 지역 등 미얀마 전역에 대한 정확한 '지뢰 관련 매설지도'가 없어 지뢰 제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난민들에게 나눠줄 땅이나 집, 보호시설 확보 등을 위한 지뢰제거가 선행되지 않으면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한 땅 확보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 태국 국경지대의 멜라 캠프 등 9개 난민캠프 12만여명의 미얀마 난민들은 아직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미얀마 카렌 주 지역의 내전 혹은 분쟁으로 인해 고국을 탈출했던 태국 국경지대의 난민들은 미얀마가 여전히 전쟁 중이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KNU 내에서도 지뢰제거에 대한 시각차가 커 딜레마에 빠져 있다. 강경파는 KNU와 미얀마 정부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대의 무장을 해제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KNU와 미얀마 정부군은 지난 2015년 10월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정부군은 카렌 민족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나 군 캠프에서 불과 10여㎞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주둔,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전시 상황을 유지하고 있어 적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설치한 지뢰를 제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반면 온건파는 빈몸으로 귀환한 난민에게 나눠 줄 집과 농토 등의 안전한 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뢰제거가 조속한 시일 내에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준 전시 상황에서 KNU의 부족한 인력과 재정 등을 고려할때 지뢰제거는 현재 요원하기만 하다.

KNU 관계자는 "군사 조직을 중심으로 한 접근보다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재정 지원 속에서 비정부기구인 NGO를 중심으로 한 민간영역 차원에서 '난민의 평화적인 재정착'을 위한 지뢰제거 프로젝트를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상천·김영래기자 junsch@kyeongi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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