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최장노동 사회의 '망중한 (忙中閑)'

김창수

발행일 2016-08-10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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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바쁘지?" 고단함 위로와 배려의 인사말
한국, OECD 회원국중 최장노동불구 생산성 낮아
노동중독사 치유-일자리 확대 '동전의 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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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망중한(忙中閑)'이란 바쁘게 살던 사람이 모처럼 여유를 얻어 한가롭게 즐긴다는 말이다. 한가로움과 여유는 인간이 추구해온 이상의 하나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살거나 즐기는 것을 '신선놀음'이라고 부르는데 신선은 자연 속에서 쉬거나 유희로 소일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또 동양적 이상 사회인 도원경(桃源境)은 일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의 휴가는 짧은 데다 8월 초로 집중되어 있어 도로는 정체되고, 이름난 휴양지는 인파로 모처럼의 휴가는 망중한이 아니라 '한중망(閑中忙)'이 되기 일쑤이다.

여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부터 소극적이다. 정부는 올해 징검다리 휴일인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임시공휴일 지정을 너무 임박하여 결정한데다 관광산업과 내수 진작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너무 내세웠다. 일에 지친 국민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준다는 본연의 목적보다 관광과 쇼핑을 비롯한 소비 진작이 목적인 것처럼 인식되어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다.

'요즘도 바쁘지?'하고 묻는 것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흔히 나누는 인사말이다. 이 인사는 매우 복합적인 인사말이다. 상대방이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직장을 잘 다니는지를 확인하면서, 고된 일에 대해 위로하는 한편 격조했던 관계에 대한 '알리바이'를 상대방에게 미리 제공해주는 배려심까지 스며있는 따뜻한 인사말이다. 따지고 보면 바쁘게 사는 것의 해악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에만 몰두하면 몸을 돌보지 못해 건강을 해치기가 쉬우니 첫 번째 죄요. 바빠서 가족과 가까운 사람과도 소원해지게 되며, 가족들이 말 붙이기도 부담스럽게 만드니 두 번째 죄이다. 또 서두르거나 여유없이 하는 일이 완성도가 높을 리 없고, 일 자체에도 충실하지 못하니 세 번째 죄이다. 또 바쁘다는 것은 필경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뺏은 것일 수 있으니 네 번째 죄 아닌가.

바쁘게 사는 것이 개인 탓만은 아니다.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산다. 한국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최장수준으로 독일 노동자에 비해 연간 4개월가량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최장의 노동시간과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한국의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일을 시켜야 하는 '노동시간과 생산성'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셈이다.

최장노동으로 인한 삶의 질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안을 우리 사회의 당면 의제로 격상시키고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세계적 경기침체 국면을 극복하고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중독사를 치유하는 것과 일자리의 확대는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방향을 일자리 나누기 중심으로 전환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비정규직의 증가를 가져와 소비부진과 내수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일자리 나누기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장시간 노동으로 피폐해진 노동자들의 일상을 여유롭게 만들 수 있다. 한편 일자리 나누기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과제인 청년실업과 은퇴자들의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을 덜어 줄 수 있는 정책이다.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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