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

[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30] 여심 저격 연애소설의 하위장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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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
문학은 인쇄산업의 적장자다. 인쇄술이 보편화하기 전 문학은 '낭송'하고 '듣는' 예술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보고' '읽는' 문학은 19세기를 전후하여 자리 잡았다. 인쇄술의 발전과 함께 표준어·철자법·띄어쓰기·사전 편찬 등이 근대국민국가의 핵심과제로 부상했고, 근대적 문학 개념과 제도가 정비되자 구텐베르크의 은하계가 열렸다.

PC와 인터넷 그리고 SNS의 등장으로 문학은 또 한 번 크게 요동쳤다. 이제 글을 '쓰지'않고 '치며', '읽지' 않고 '보게'된 것이다. 모뎀을 이용한 통신문학 시대를 거쳐 등장한 인터넷소설은 종이책과 대여점 로맨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갔다.

십대 취향의 경쾌한 스토리에, 구어체 문장, 외계어와 이모티콘 등으로 중무장한 신종 장르 출현에 기성문단은 경악했고 착잡했으며, 당혹스러웠다. 외계어와 이모티콘은 시각화한 언어(문자는 기본적으로 음성의 시각화이다), 곧 영상언어로서 말하며 보여주는 디지털 시대의 특징을 잘 반영하는 현상이다.



디지털 기술과 SNS가 보편화할수록 구어적 표현이 더욱 촉진되는 퇴행 현상을 보여준다. '그 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옥탑방 고양이', '내 사랑 싸가지' 등 이 때 등장한 인터넷소설의 대다수는 십대 소녀들을 위한 연애스토리들이었다.

지금은 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장르소설들은 웹소설로 분류된다. 웹소설은 정식 문학어가 아니라 연재매체와 플랫폼을 기준으로 한 편의상의 용어로 현재 카카오페이지·조아라·북팔·네이버 등 주요 포탈에 연재되거나 공모에 참여한 작품들을 가리키는 시사용어에 가깝다.

연애소설의 총아인 하이틴 로맨스는 1952년에 창간된 '학원'의 연재소설들을 필두로 발전해왔으며, '할리퀸 로맨스'는 1979년부터 삼중당에서 집중적으로 번역, 출판됐다. 로맨스는 소녀, 여성들의 감수성과 완벽한 남자에 대한 환상을 다룬 젠더적 장르다.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컨템퍼러리 로맨스와 19세기 유럽풍의 역사로맨스인 리젠시 로맨스, 그리고 SF·판타지·미스터리스릴러 등의 혼합된 패러노멀 로맨스가 주요 장르들이다.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놀이게임)의 원천콘텐츠인 신일숙의 순정만화 '리니지'는 판타지가 가미된 로맨스며, 영화로 만들어진 김혜린의 순정만화 '비천무'는 무협 로맨스고, TV 드라마가 된 조주희의 '밤을 걷는 선비'는 흡혈귀 이야기와 로맨스를 결합한 한국식 패러노멀 장르다.

로맨스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이용하는 것인지 매체와 장르들이 로맨스를 이용하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이들이야말로 강렬한 세대성과 젠더적 정체성으로 여심을 저격하는 여성형 장르문학의 대표주자들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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