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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천발 KTX 사업, 정부는 약속 지켜야

정승연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과교수
인천발 KTX 사업비를 둘러싸고 최근 정부가 말을 바꾸고 있다. 정부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갑작스럽게 사업비 중 20%를 인천시가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사업은 애초 정부가 사업비 100%를 부담하는 국책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이 사업비가 3천83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인천시가 책임져야 할 사업비는 770억원에 이른다.

인천발 KTX 사업은 수인선 어천역과 경부선 KTX 간 3.5㎞를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인천발 KTX는 수인선 구간에는 시속 130㎞ 정도의 속도로 운행되며, 경부선 KTX 구간에서는 시속 300㎞ 이상 달리게 된다. 이 사업은 정부가 100% 사업비를 부담하는 '일반철도' 건설기준을 적용해 추진돼 왔다. 인천발 KTX의 속도가 '고속철도(200㎞/h 이상)'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었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이를 기준으로 이뤄졌고, '3차(2016~2025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도 일반철도 사업으로 반영됐다. 모두 기재부 협의를 거치면서 추진됐던 내용이다.

기존 협의마저 뒤집으며 정부가 인천시에 사업비 분담을 요구한 주된 논거는 '수익자 비용부담 원칙'이다. 이 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지역의 지자체가 사업비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참으로 궁색한 논리이다. 지금까지 철도나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경우 그 어느 것이 해당 지역에 이익을 주지 않았던 사업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업을 국가가 담당해온 것은 철도망 구축 등이 효율적인 국가건설과 국민 행복의 토대가 되며 이의 추진이 정부의 기본책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약속까지 뒤집으면서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려는 배경에는 정부의 재정여건과 예산구조의 변화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예상만큼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확장적인 정부 재정지출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국가채무 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내년 본예산이 400조원을 넘을 경우 국가채무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우리의 재정여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건전한 상태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4년 현재 OECD 회원국 평균(80.4%)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황의 여파로 우리 국가채무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2008년 28%였던 국가채무 비율이 2014년 35.9%까지 높아졌고 내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안정적이라고 하나 채무비율의 빠른 상승을 정부가 억제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 인천발 KTX와 같은 SOC 예산의 삭감과 지자체 분담요구라면 이는 지극히 근시안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예산을 분야별로 보면 보건·고용을 포함한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에서 3분의 1 정도인 약 1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예산은 올해 작년보다 6.7%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는 5.3% 늘어난다. 반면 SOC 예산의 감소폭은 두드러져 내년 20조원으로 올해보다 15.4% 줄어든다. 이러한 SOC 예산의 대폭적인 감소가 이번에 인천발 KTX 예산의 삭감 및 지자체 분담요구로 이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SOC 투자는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장기에 걸친 경제체질 강화 및 국민 행복 증진을 가져온다. 국가 미래를 담보하는 SOC 투자를 이렇게 크게 줄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욱이 SOC 예산 삭감을 이유로 지자체에 대한 정부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정부 스스로가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인천시에 대한 막대한 예산 분담요구는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지자체에 대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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