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미도와 건국절

김민배

발행일 2016-08-2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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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천상륙작전 역사 왜곡
통일전에 바로 잡을 준비해야
난데없는 '건국절 소동'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하고 싶다면
법률 아닌 개헌통해 실행해야
헌법수호자는 국민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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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월미도. 한국인이라면 책으로 배우거나 한 번쯤 방문하는 역사의 현장. 1950년 9월 15일 미군이 인천상륙을 한 지점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월미도 그린비치를 방문했다. 해군첩보부대 충혼탑 등을 돌아보면서 관광 활성화를 강조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잊고 있었던 20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1996년 겨울 어느 날. 중국 유학생을 면접하기 위해 선양에 갔다. 우리 역사에 굴욕과 참패가 무엇인가를 알려준 청나라의 수도가 있었던 곳. 눈이 사정없이 내렸다. 짧은 일정인지라 시내 서점을 들렀다. 당시만 해도 한글로 된 중국 법령집이나 북한 책들도 있었다.

작은 만화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북한판 월미도'. 호기심에 펼쳐 보았다.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이게 뭐지. 월미도에서 최후까지 저항한 인민군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가 배운 인천상륙작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월미도가 북한에서 일종의 전쟁 성지이자 영웅담의 장소로 교육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둘러보니 그런 유의 엉성한 책들이 여러 권 있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지라 만화책이라고 해도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내가 즐겨 찾던 월미도가 전혀 다르게 북한에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북한으로서는 완전한 패배를 정당화할 구실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 퇴각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인민군을 미화할 방법도 마련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인천상륙작전'에도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다. 그러나 동일한 사실을 놓고, 전혀 상반된 평가를 하는 북한의 역사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월미도 만화책을 접한 후 심란했다. 통일 후 국민들의 정신적 혼란과 오해에 기인한 위험도 걱정이 되었다. 시험으로 대변되는 교육현장에서 혼동은 더 클 것이다. 통일 대박을 말하기 전에 북한의 왜곡된 역사에 대해 바로잡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이미 우리는 일본의 뻔뻔한 역사 왜곡만으로도 신물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난데없는 건국절 소동이다.

1948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볼 것인가. 아니면 건국절로 볼 것인가. 건국절 법안까지 준비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미국의 보크(Bork)를 생각했다. 그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이자 판사였다.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관에 지명되었지만 보수적이며, 사법 소극주의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상원에서 인준이 거부되었다. 보크는 헌법의 해석에 있어서 헌법의 제정자와 비준자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유명한 원의주의 논쟁이다. 미국에서는 원의주의가 보수주의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들은 법관에 의해 헌법이 왜곡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사법 적극주의에도 반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미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 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보크라면 헌법에 명백히 선언된 원의와 다르게 주장하는 건국절 논쟁에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과 정책화. 물론 낯선 장면은 아니다. 그러나 보수는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지켜내는 데서 존재의 명분을 찾는다. 진보는 기득권이 만든 격차를 줄이기 위한 투쟁에서 존재의 근거를 찾는다. 그런데도 한국의 일부 보수는 헌법이 지향하는 질서나 체제의 수호보다 왜곡과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헌법은 정권이나 누군가의 입맛대로 해석하거나 왜곡될 대상이 아니다. 정말로 광복절을 없애고, 건국절로 덧칠하고 싶다면 법률이 아니라 개헌을 통해 해야 한다. 헌법의 최후 수호자는 권력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기 때문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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