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살인자:지뢰·6] 베트남, 지뢰의 국제정치학

지뢰에 멍든 베트남, 지구촌과 손잡다

전상천·김영래 기자

발행일 2016-08-22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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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식 대인지뢰
1 중국 윈난성 인근 국경지대에서 지뢰제거에 나선 군인들 모습. /중국 신화사 제공2 비금속 대전차지뢰. 3 비금속대인지뢰. 4 도약식 대인지뢰.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

지뢰등 폭발물 2차 세계대전 사용량의 4배 '국토 20% 오염'
정부, 美·日과 제거협력… 남중국해 분쟁 中과 긴밀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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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지뢰는 지난 1970년대 캄보디아와 중국과의 분쟁 기간 동안 국경지대와 항구, 강의 삼각주 지역 등에 설치됐고 일부 기뢰의 경우도 해안가에서 수시로 발견되고 있다.

베트남 내 남아 있거나 없어진 미군 군사시설 인근 지역에서도 지뢰가 여전히 탐지되는 등 전 국토의 20%가량이 지뢰·불발탄에 오염된 상태로, 지뢰 등 잔류 불발탄은 80여만t으로 이 중 현재까지 3.2%만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최근 지뢰제거프로젝트를 국가 중요 사업으로 상정한 뒤 국경지대 지뢰제거 등을 위해 중국 등 다른 국가와 공동 제거작업을 벌이거나 국제사회로부터 제거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 지뢰 등 폭발물, 2차 세계대전 사용량 4배

=베트남 전쟁기간 동안 국토 전역에 뿌려진 지뢰와 폭탄 등 대규모 살상 폭발물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양보다 4배나 많고 한국전쟁보다는 12배나 많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수치는 지뢰 등 폭발물이 ㎢당 46t씩 뿌려졌고 1인당 280㎏, 평균 3.9회씩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베트남 지뢰실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1945년부터 1975년까지 1천500여만t에 달하는 지뢰와 폭탄을 베트남 전역에 매설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전쟁의 유산인 지뢰 등의 미폭발물로 인해 국민 4만2천130명이 목숨을 잃었고 6만2천160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사상자가 10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어린이이거나 농사 등의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층이어서 그 피해는 막대하다.

그러나 지뢰 등 폭발물 피해자들에 대한 신원 조사 한계로 국가 차원의 보상이나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고 지뢰 등으로 다리나 팔을 잃은 피해자 2만여명 중 의족·의수 같은 장비를 지원받은 경우는 불과 600여명에 그쳐 지원대책이 아쉬운 실정이다.

베트남 지뢰제거를 위해서는 미폭발 지뢰 등을 제거하는데 100년간 100억달러(약 11조5천억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베트남 지뢰제거를 위한 3가지 접근

=베트남은 지난 1975년 전후 지뢰 290여만발을 시작으로 지뢰제거에 본격 나섰다. 이어 경제 우선의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 정책'을 도입한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 증대를 통한 사회경제개발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건설 등의 프로젝트 추진을 목표로 지뢰제거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지뢰제거 노력은 크게 3기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지뢰제거사업 1기(1996~2006)에서는 외국 정부와 INGO(국제 비정부기구) 간 교류·협력을 본격화했다.

베트남 국방부(MOD) 산하 '폭발물 및 지뢰제거 기술센터(BOMICO:Technology Centre for Bomb and Mine Disposal)'를 설립, 미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INGO인 'Vietnam Veterans of America Foundation(VVAF)'와 연계한 활동을 벌였다.

2기(2006~2010)는 베트남 내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지뢰제거 사업이 전개됐다.

베트남 정부는 고용노동부(MOLISA) 산하에 비군사적 기관인 '베트남 폭발물 및 지뢰제거센터(VBMAC: Vietnam Bomb and Mine Action Centre)'를 운영, 일본 정부로부터 꽝찌지역 지뢰제거를 위해 150여만달러를 지원받아 전직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여전히 군부와의 연계성을 배제하지 못해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3기((2010~최근)는 지뢰제거를 위해 국가운영위원회가 중심이 된 '지뢰제거 프로그램 504'를 이행하는 시기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10년 4월 지뢰 및 불발탄 제거 프로그램인 총리령 504호를 채택, 공병·의료·행정·기구 등이 통합해 지뢰제거를 수행하는 '504 위원회'를 창단해 운영하고 '2010~2025 국가 지뢰·불발탄제거계획(2010~2025 NAtional Mine Action Plan)'을 승인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과 이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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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지뢰·불발탄 오염 총 면적은 680만 ha로 국토면적의 21%에 달한다. 베트남은 지뢰·불발탄에 의해 농사를 짓는 영농행위가 중단된 농지의 총면적만해도 약 43.6 ha로, 지뢰 등으로 오염된 국토 면적의 약 7%에 해당된다. 이 지도에서 보면 특히 남북이 분단된 꽝짜성 지역 비무장지대(DMZ) 17도선이 가장 오염이 많이 됐음을 알 수 있다. / 코이카 제공

#지뢰의 역학관계-베트남과 중국 간 밀월(?)

=베트남 지뢰 등의 폭발제거 프로젝트는 민간 차원에서 국자사회 원조, 더 나아가 국가 간 공동 지뢰제거 사업으로 그 영역을 확대, 국가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베트남-중국 국경지대에서 3차 지뢰제거사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진행 중이다. 중국 위난성 군구 지뢰제거군은 오는 2017년까지 2년여간 위난성 원산(文山)과 홍허(紅河) 2개 주 6개 현, 30여개 향과 진을 비롯해 51.95㎞에 대한 지뢰제거에 들어간다.

이번 지뢰제거작업은 중국 시진핑 주석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시작됐고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웬 푸 쫑 공산당 서기장도 지난 4월 방중,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서 실리 외교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뢰가 국제사회에서 각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주요 매개체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지뢰제거를 위한 ODA(공적개발원조) 지원을 위해서는 대인지뢰 금지조약인 '오타와-오슬로 협약'에 베트남이 가입해야 하며, 지뢰제거 사업이 여전히 국방부 주도로 이뤄짐에 따라 절차에 대한 투명성 등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등의 이유로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상천·김영래기자 junsch@kyeongi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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