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 장터사람들·7] 파주시 금촌장터 쌀장수 안정숙 씨

60년 쌀로 맺은 인연들
지팡이 짚은 단골 사랑방
황해도서 피난 정착
장터내 최고 어르신
"엄마 삶터 지키려"
큰딸이 대물림 나서

경인일보

발행일 2016-08-22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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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의장터사람들 경인일보 연재(7)-1-1-1-1-1

경기도 대표 1·6장
왕년의 왕성함 간직

황해도서 피난 정착
장터내 최고 어르신
"엄마 삶터 지키려"
큰딸이 대물림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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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5일 장터는 시군단위로 같은 지역에서 5일마다 돌아가며 장이 서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끝에 오는 숫자가 1일과 6일에 걸리는 날짜에 장이 서는 1·6장의 장날은 1일, 6일, 11일, 16일, 21일, 26일이다. 파주시 금촌 장터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1·6장이다.

금촌 장터는 유서 깊은 장터로 우시장이 포함될 정도로, 5일 장으로서는 규모가 컸다. 파주지역에서는 문산 장터와 함께 금촌 장터가 시골냄새 풍기고 정이 넘치는 왕년의 왕성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장터에서 쌀장사로 뼈가 굳은 할머니가 계시니, 금촌 장터의 주인공으로 선택한 안정숙(81) 씨다.

그녀의 고향은 황해도 장단이고 피난 내려와 살다가 금촌 장터에 정착해 살았다. 20살의 꽃다운 나이에 혼인해 2남 1녀를 두었다. 시집와서 부터 쌀장사를 했으니 60년의 세월을 오로지 쌀만 팔며 자식들과 먹고 살았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세월이다. 평생 쌀자루를 들었다 놨다 한 탓에 관절이 많이 상했다. 힘이 빠진 지금은 큰 딸이 싸전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면서 돕고 있다.

세월은 흘렀어도 젊어서 부터 단골이었던 손님들이 나이 들어 할머니가 되었어도 지팡이를 짚고 찾아온다. 예전에는 먹고 살 주식인 쌀을 사러 왔지만 지금은 쌀도 살 겸해서 말동무라도 할 생각으로 찾아들 온다. 장날이면 아침 부터 안 씨 할머니의 싸전은 단골손님들이 모여 웃음꽃을 피워내는 사랑방으로 변한다.

안 씨 할머니는 "정직하게 살다 보면 사람이 모이고 좋은 인연으로 살아진다"고 인생선배의 금언 한마디를 남긴다. 장날에 지나가는 사람마다 안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기도 할 정도로 금촌 장터에서는 최고 어르신이다.

그녀의 뒤를 이어가려고 돕고 있는 딸 이순임(57) 씨도 "우리 엄마는 자식들을 사랑으로 키우셨다. 그래서 자식들이 모두 착하게 컸다.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려고 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엄마 자랑 삼매경에 빠진다.

엄마의 쌀가게를 물려받기로 한 것도 따지고 보면 경제적인 이유 보다 엄마의 평생 삶의 터전을 없앨 수 없다는 마음에서다.

부모의 일을 대물림 받아 번성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욕심 버리고 정성껏 엄마의 손님들을 잘 모시고 새로운 장터의 손님을 만들어 보겠다고 당찬 모습을 보여주니 마음이 든든하다. 장사의 장인인 엄마와 그 엄마의 삶터를 지탱하려는 딸내미의 효심이 금촌장터를 더욱 빛내고 있었다.

/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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