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다문화·8] 결혼이민자들의 든든한 후원자 '양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랑 한 스푼, 관심 두 스푼
뿌리내리는 '또 하나의 가족'

김연태 기자

발행일 2016-08-23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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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캠프
원예치료교실, 가족캠프, 다문화이해교육강사 양성등 양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 모습. /양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센터 '양주에 터잡기' 물심양면 지원

은행 통장만들기 병원동행 통역까지
선배 이주자가 '적응 서포터스' 활동
바리스타 변신 지역축제때마다 봉사
고국 베트남전통춤 동아리 '문화교류'
초등생 다문화이해 교육등 기회 선사

편견·차별 넘어 '하나되기' 열매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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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가보셨죠?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우린 평생을 그렇게 살고 있죠. 하지만 우린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가고 있어요."

지난 17일 양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만난 결혼이주여성들의 말이다. 이들은 우리에게 다문화가족 또는 결혼이민자로 불린다. 피부색도, 언어도, 문화도 다르다. 이 때문에 때로는 차별 아닌 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무시와 편견을 담담히 받아넘긴다. 타인을 사랑하고, 관용을 베푸는 지혜를 터득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출신 국가를 따질 때, 그들은 '똑같은 대한민국 사람', '우리는 하나'라고 소리 높였다. 양주시의 다문화가족은 이렇게 '대한민국' 속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언제나 '양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함께한다.

■결혼이주여성의 대변인 옘시덴씨

"결혼이주여성들의 문제와 해결책은 결혼이주여성이 가장 잘 알지 않겠어요?"

한국생활 7년째에 접어든 옘시덴(28·캄보디아)씨는 양주시 다문화가족들의 대표로 꼽힌다. 올해 초 양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운영위원과 다문화가족지원협의회 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드러난 문제를 단순하게 보지 않고 넓게 생각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려 노력하는 자세가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했다.

그의 고민은 늘 한결같다.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필요한 지원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운영해야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주여성들이 겪는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어서다.

"저 역시 초창기에는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서툰 언어와 문화적 차이는 물론 정보마저 부족해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드물었거든요."

그런 그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서포터스' 활동을 하는 선배 이주여성들이었다. 선배들은 백씨가 한국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말문이 막힐 때면 통역은 물론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어려움이 있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상담과 정보를 제공했다.

옘시덴씨는 이런 선배들의 은혜를 후배 이주여성에게 되갚고자 노력하고 있다.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거나 환전을 할 때 어려움을 겪는 후배가 있으면 함께 찾아가 도움을 주고, 아파서 병원을 찾은 후배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힘들어하면 통역을 통해 원활한 치료를 돕는다.

또 이들의 애로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이를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한다.

옘시덴씨는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민자들을 위해 통역과 상담은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책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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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들이 양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다양한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수연, 옘시덴, 백정현씨. /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사랑을 전하는 바리스타 백정현씨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커피를 시민들에게 나눠드려요."

2011년 베트남에서 입국한 백정현(26)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리스타 봉사자다. 두 자녀의 어머니이자, 건강이 좋지 않은 시어머니를 봉양하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25명의 이주여성으로 구성된 바리스타 자조 모임을 이끌고 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개명한 백씨는 지역에서 축제나 행사가 열리면 어디든 달려가 방문객들의 목을 축여주기 위한 커피와 아이스티를 탄다. 바리스타 봉사를 시작한 지는 2년밖에 안됐지만, 봉사 횟수만 따지면 30회를 훌쩍 넘어섰다.

"봉사를 다녀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져요.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이처럼 남다른 봉사 유전자(DNA)는 그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선배들의 도움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한국문화에 익숙해질 무렵 스스로 봉사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센터에 문의해보니, 바리스타 활동을 통해 봉사할 기회가 있더라고요. 망설임 없이 기회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고,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지요."

그의 봉사를 향한 열정은 이제 시작이다. 백씨는 "한국문화에 더 익숙해지면 노인·아동복지시설 봉사에도 나설 계획"이라며 "자녀들이 성장하면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통춤 전도사 정수연씨

"전통춤으로 하나 되는 행복한 사회를 꿈꿔요."

2012년 입국 초기부터 정착지원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해 온 정수연(25·베트남)씨는 베트남 전통춤을 한국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전통춤을 통해 사회적 동질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런 마음가짐 때문인지 그가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갖춰 입고, 양손에 부채를 들면 꽃보다 아름다운 춤이 절로 나온다. 한국의 부채춤과 같은 선(線)의 미학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베트남 춤은 문화적·정서적으로 한국 춤과 닮은 부분이 많아요. 이는 한국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친화감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어요."

현재 정씨가 이끄는 전통춤 동아리에는 12명의 베트남 출신 여성이 참여한다. 이들은 전통춤 전파를 위해 사비를 털어 옷을 맞추고, 부채와 모자 등 의상을 갖췄다. 한 해에 10번 이상 지역에서 축제가 열릴 때마다 빠짐없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전통춤은 회원 간 호흡이 중요한 만큼 연습이 수시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회원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깊은 정도 싹 텄다. 이는 한국생활 적응에 더 큰 자신감을 가져다줬다. 회원들이 손에서 부채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다.

정씨는 "베트남 전통춤을 우리 사회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습해 베트남의 춤과 문화를 한국사회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다문화 인식 개선 앞장 '다문화이해강사 자조 모임'

한국 생활에 적응을 마친 '고참' 이주여성들은 지역 내 초등학교로 향한다. 유창한 한국어를 선보이며, 자라나는 초등학생들에게 자국의 문화를 알리느라 여념이 없다. 어린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전파함으로써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줄이기 위해서다.

자신들이 선택한 한국생활로 혹여나 '자녀들이 또래 친구들로부터 차별을 당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에 스스로 교육현장을 찾아간 것이 계기가 됐다.

이렇게 결성된 '다문화이해강사 자조 모임'은 현재 신금란(42·중국)씨 등 15명의 결혼이주여성으로 이뤄져 있다. 다문화이해강사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해 전문성을 확보한 이들은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고, 다양한 교구·교재를 토대로 강의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강의에서 '생김새는 다르지만 우리는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과 모국의 명절은 물론 의상과 전통놀이, 음식, 언어 등을 비교해 가며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돕는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통한 '이해와 인식개선'에 교육의 목적을 둔 것이다.

이들의 교육은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다. 꾸준한 모임을 통해 '부족한 건 없는지' 되짚어 보며, 끊임없이 학습과 정보교류를 통해 역량을 높여가고 있다.

신금란씨는 "꾸준한 활동을 통해 다문화가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다양한 교육기관과도 연계돼 다문화교육이 더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주/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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