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국물속 푸짐한 각종 부속물 '든든한 한끼'
11년 가마솥 육수… 이전 후에도 변함없는 맛
순대국은 잦은 회식과 음주에 지친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메뉴이면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이다. 비호감의 대표적인 원인은 잡내다. 머릿고기와 순대, 내장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잡내를 역하게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심한 경우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비강에 누린내가 들어차니 거부감이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러나 '병천가마솥토종순대'의 순대국은 불호가 없다. 일체의 잡냄새를 모조리 잡은 뽀얀 국물은 마치 사골 곰탕과 같은 구수한 향이 느껴진다. 이 시점에서 '순대 마니아'라면 한가지 의혹을 느낄 터. 향이 덜한 만큼 맛이 심심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조심스레 수저를 들고 새우젓과 소금, 들깻가루와 양념장으로 밑간을 한 뒤 후후 불어 입으로 옮긴다. 아니나다를까 기우였다. 심심하긴 커녕 비교 대상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진하고 밀도 있는 국물이 식도를 따라 내려가며 순대 특유의 구수한 맛이 혀를 감싼다.
여운을 다시 느끼고자 수저를 들지만 온전히 국물을 뜨는 것이 쉽지 않다. 커다란 뚝배기에 국이 한가득 끓고 있지만, 워낙 건더기가 많아서다. 공기밥 반을 국물에 말고 반은 건더기를 반찬 삼아 먹다 보면 자연스레 목덜미에 땀이 배인다.
깍두기와 겉절이 김치가 전부인 밑반찬은 단출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국물 맛을 지지해준다. 이 집은 11년 전부터 수원시청 인근 직장인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던 맛집이다. 웨딩홀 뒤편 골목 허름한 단층 건물에서 10년간 자리를 지키다 최근에 건물 리모델링을 이유로 자리를 옮겼다.
이사 전에는 식탁이 좁은 탓에 오전 11시 30분만 넘겨도 자리가 모자라 길게 줄을 서곤 했다. 4인용 테이블 하나를 나눠 2인 손님 2쌍이 앉는 진풍경도 일상이었다.
자리를 옮긴 뒤에도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고 있는 사장 전학우(56), 김숙자(54·여)씨 부부는 손님맞이 준비를 하느라 매일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프랜차이즈 제의도 수차례 받았지만 그걸 관리하면서 현재의 맛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 같아 거절했어요". 끊임없이 밀려드는 손님을 받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김씨의 말에선 맛에 대한 고집이 느껴졌다.
■ 병천 가마솥 토종순대=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26의4. 순대국 7천 원. (031)233-3108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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