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살인자:지뢰·8] DMZ, 치유되지 않은 상처

생태계 보고 DMZ,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毒

김영래·전상천 기자

발행일 2016-08-29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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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지뢰 폭발사고를 당한 S할아버지는 최근 잘못 만들어진 의족에 의존해 생활해 오다 더는 고통을 참지 못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새로운 의족을 제작, 의뢰할 돈마저 제대로 없어 맘고생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항상 신발을 바라볼 때마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다던 그는 자신의 신세가 한스럽기만 하다고 토로하곤 한다. ① 지뢰 사고를 당해 잃어버린 한쪽 다리에 대해 진료를 받고 있는 모습. ② S 할아버지가 미안해하는 주인 잃은 신발 풍경 ③·④ 잘못 제작된 의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무릎과 살과 맞닿는 의족 내피, 그리고 의족. /(사)평화나눔회 제공

드러난 피해자 수만 530명 추산 '경기·인천, 전수조사 한 건도 안해'
트라우마 치유센터 시급… 특별법, 실질적 도움안돼 재개정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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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Demilitarized Zone·비무장지대)는 독(毒)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꽃이다. DMZ는 '숨겨진 살인자(The Hidden Killer)'인 지뢰 벨트다. 인명을 대량 살상하는 지뢰, 즉 '독(毒) 벨트'에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까지도 DMZ 등 지뢰지대와 지뢰 미확인지대에서는 지뢰 사고로 인해 팔다리가 잘리는 장애를 입고도 천형(天刑·하늘이 내리는 형벌)으로 알고 살아가다 집안이 풍비박산한 피해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뒤늦게 제정한 지뢰피해자 지원 관련법안의 적실성이 떨어지는 등 지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아 지뢰로 인한 신체적인 장애뿐만 아니라 정신·심리적인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고 있다.

#지뢰 피해자 530명, 경기·인천은 전수조사조차 안돼

=한국의 지뢰피해자 규모는 총 53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군대 내에서 발생한 지뢰피해자 수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때 지뢰피해자 규모는 이에 3~4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가 파악하고 있는 '지뢰로 인한 지역별 사상자 현황'에 따르면 현재 지뢰 사고 피해자 530명 가운데 강원도가 340명(64%)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기도 155명(29%), 인천 25명(5%), 기타 10명(2%) 순이다.

경기도의 경우 군사시설 등이 집중 배치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사망 43명, 부상 112명 등 모두 155명의 피해자가 확인됐다. 이중 연천이 99명(사망 30, 부상 69)으로 가장 많고 파주 51명(사망 12, 부상 39), 남양주 부상 1명, 양평 사망 1명, 포천·화성·미상 등 각 부상 1명 등이다.

강원도는 고성(47명)과 양구(121명), 철원(101명), 인제(13명), 화천·춘천(각 12명) 등 모두 340명에 달한다. 특히 DMZ 등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 지뢰피해자 전수조사가 강원도는 이뤄진 반면 경기·인천 등은 단 한 건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지뢰 사고 건수가 많은 연천과 파주 등지의 접경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뢰 피해자 전수 조사가 조속한 시일 내에 선행돼야 할 필요성이 큰 상태다. 강원도는 지난 2011년 민간인 지뢰피해자 전수조사를 시행한 뒤 지뢰 사고를 당했던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를 꺼려했던 피해자들이 속속 등장, 피해자 규모가 늘고 있다.

#정신·심리적 2차 후유증도 커, 치유센터 설립 시급

=지뢰 사고로 정상적인 삶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지뢰 피해자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뢰 사고로 목숨이나 다리, 팔 등 사지를 잃어버리거나 실명 등의 중상을 당하게 되면 지뢰 피해자 개인이 받는 정신적인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지뢰 피해 당사자들은 지뢰 폭발 후유증으로, 혈류 이상이 와 기억력·지능이 떨어지거나 대인 기피증 등 다양한 후유증을 겪게 된다. 일부 피해자들은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 등으로 현재도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뢰 폭발 등 불행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 가족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집안의 가장이 갑자기 지뢰폭발로 사고를 당하면 과다한 치료비와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돼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 가정경제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또 지뢰 피해자에 대한 지원금이나 보상금을 받기 위한 소송 등으로,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지뢰피해자나 그 가족들이 지뢰폭발 후유증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전문 심리상담이나 약물치료 등을 담당할 지뢰피해자 전담기구인 치유센터 설립과 그 활동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지뢰 피해지원법, 고작 2천만원(?) 지원. 실질적 도움 위한 재개정 시급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 1년만에 재개정에 대한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 사고 당시 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법 조항 때문에 오래전 발생한 지뢰 사고 피해자일수록 위로금이 턱없이 적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지뢰 피해자 지원단체인 (사)평화나눔회 발표로는 지난 2015년 4월 처음 시행된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피해 보상금 산정 기준을 월 평균 임금으로 규정, 오래전 발생한 지뢰 사고 일수록 위로금이 적게 산정된다.

가족이 31세 남자 기준으로 산정할때 사고 연도에 따라 512배 차이가 난다. 1953년의 지뢰 사고는 위로금 67만원을 받게 되지만 2012년 기준으로는 위로금 3억4천494만원을 받는다.

또 지뢰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최저 2천만원을 준다는 내용의 개정법까지 최근 발의됨에 따라 오랜 세월 특별법 제정만을 희망해 온 피해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월 평균 임금이 현저히 낮았던 1970년대 이전 사고자가 전체 지뢰 사고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대다수 지뢰 피해자는 최저 2천만원의 위로금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월남전 참전 군인에 관한 특별법에서 전투근무급여금 산정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으로 산정하는 등 다른 법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

게다가 피해자 지원 심의위원회와 각 실무위원회가 지뢰 피해자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전혀 없는 군인이나 공무원 등으로 50% 이상 구성 돼 대내외적으로 심사 결과에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

대부분 특별법의 보상심의위원회가 독립적이거나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반해 국방부 내에 피해지원 실무지원단이 전원 현직 군 공무원으로 운영되고 피해자 및 유족 여부·장애등급판정·피해자 지원 등의 심의위원회에는 군 혹은 공무원이 반 이상 참여하는 구조여서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지뢰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 관한 홍보 부재로 사고 지역 등을 떠난 지뢰 피해자들이 지원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일선 공무원도 상담해 줄 수 있는 기준 지침이나 교육을 받지 못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국방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전상천·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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