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 한여름 정열적인 자태 뽐내는 배롱나무

조성미

발행일 2016-08-2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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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 폭염도 한풀 꺾이고 어느덧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들고 있다. 꽃이 흔하지 않은 한여름 뜨거운 태양보다 더 화사하게 피어나 붉디붉은 정열적인 자태를 한껏 뽐내는 나무, 무궁화와 함께 여름 꽃나무를 대표하는 배롱나무다.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 배롱나무는 부처꽃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소 교목으로 높이가 약 5∼6m까지 자란다. 나무 전체는 넓게 퍼지는 둥근 타원형으로 줄기는 전체적으로 연한 갈색이나 껍질이 벗겨진 자리는 매끈하고 백색이다. 특히 줄기는 세월이 흐를수록 고풍스러움과 멋스러움을 더해 가는 특징이 있다. 잎은 마주나며 타원형이나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다. 꽃은 7월부터 9월까지 가지 끝에서 원추꽃차례에 붉은색·보라색·흰색으로 피고, 꽃잎은 꽃받침과 더불어 6개로 갈라지는데 끝이 주름이 졌으며 아래에서부터 차례로 피고 진다. 꽃말은 '부귀'이며 흰 꽃은 향기가 좋고 꿀이 많아 여름철 밀원식물로 인기가 높다.

배롱나무는 토양이 비옥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며, 추위에 약해 중부 이북지방에서는 겨울을 나기 위해 보온시설을 해주어야 하나 공해와 건조에는 강한 편이다. 배롱나무는 백일 동안 붉은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해서 백일홍나무 또는 목백일홍(木百日紅)으로도 불린다. 한글이름인 배롱나무는 백일홍나무가 구전되면서 소리 나는 대로 '배기롱나무'로 발음되다 시간이 지나 '기'자가 빠져 배롱나무가 되었다.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서 간지럼나무, 배고팠던 시절 꽃이 질 때쯤 벼가 익는다 해서 쌀밥나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제주도에서 부르는 '저금 타는 낭'도 간지럼 타는 나무라는 뜻으로 배롱나무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나무줄기가 매끄러워 원숭이가 미끄러지는 나무 '사루스베리'로 부른다.

배롱나무는 나무의 수형도 아름답지만 꽃이 피는 기간이 길기때문에 예로부터 정원수로 각광을 받았다. 고려 말 선비들의 문집인 '파한집'이나 '보한집'에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고려 말 이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세조 때 강희안이 쓴 원예서 '양화소록'에 배롱나무에 대해 "비단처럼 아름답고 이슬꽃처럼 온 마당을 비춰주어 그 어느 것보다도 유려하다"고 쓰여 있다. 중국에서는 배롱나무를 자미화(紫微花)라 부르는데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당나라 현종은 배롱나무를 매우 사랑해 국가 차원에서 심는 것을 장려했다고 하며, 배롱나무가 많은 당나라 장안의 성읍을 자미성이라 불렀을 정도다.

배롱나무는 줄기가 매끈하고 하얀 속살이 보여 여인의 몸을 연상케 한다 해서 대가 집 안채에 심는 것은 금기시했고, 사찰에서는 매년 한 차례 껍질을 벗어버리는 배롱나무를 보고 스님들이 속세의 때를 벗어버리고 수도에 정진하라는 의미로 심었다고 한다. 서원에는 선비들이 백일동안 꽃이 피는 끈기를 배우고, 깨끗하고 청렴하게 수행하라는 의미로 심어졌다.

배롱나무의 꽃은 그늘에서 말려 차로 달여 먹고 기름에 튀겨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 등 다양하게 이용된다. 나무껍질과 뿌리는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주로 지혈, 해독, 천식 등에 효능이 있으며 잎에는 타닌성분을 다량 함유하여 철을 매염제한 흑갈색 계통의 색을 얻을 수 있는 염료식물로도 이용된다. 목재는 나뭇결이 곱고 단단하여 기구나 실내장식품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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