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손수일

발행일 2016-08-2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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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바르면 민심 순후하고
관청이 맑으면 백성 편안해지듯
국민들이나 공직자 모두가
법률 위반여부 따지기 전에
밝은 양심과 청렴한 소신
선공후사의 정신 지키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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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년 9월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대법관 출신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2011년 제안해 2015년 3월 제정 공포된 이 법은 공무원·언론인·사립학교 교원 등을 포함하는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을 주고받는 다양한 행위유형을 금지하고 위반자를 벌함으로써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장경제를 바탕 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공직 수행의 청렴성 못지않게 일반 국민의 자유로운 언론·집회·교류 특히 대관(對官) 업무에서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부정청탁금지법에 명시된 금지행위 유형과 처벌 조항은 포괄적이면서도 세세하고 엄격하여, 경우에 따라 국민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교류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까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청구의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2016년 7월 28일 부정청탁금지법의 모든 쟁점에 대해 합헌 판정을 내렸다. 쟁점 조항은 법 적용대상인 공직자에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포함한 조항, 부정청탁의 개념과 유형을 규정한 조항 및 그 예외사유를 규정한 조항, 배우자 금품수수 신고의무 조항, 처벌기준을 시행령에 위임한 조항 등이다. 주요 쟁점 중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 포함 여부에 관해서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반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공직자에 포함시키는 조항이 헌법에 합치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법률 상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나 사회단체가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정책운영 등의 개선에 관한 제안과 건의 등 공익적 활동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데, 이는 국민의 고충민원 전달창구로서 국민의 의사전달 자유를 보장하려는 의미이다.

부정청탁금지와 관련해, 이 법은 인가·조세·채용·의결 등 14가지 직무행위 유형을 열거하고, 법령에 위배하는 청탁을 하는 자는 과태료, 청탁받고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는 징계, 수행한 공직자는 벌금형 등에 처한다. 예외규정 상, 법령에 정하는 절차 및 방법에 따라 문의·확인·신청·상담하거나 기타 사회상규(社會常規)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정청탁의 면책사유로 규정한 '사회상규' 는 구체적 사안에서 판가름하기 어려운 유동적이고 관습적인 개념이어서 일관되고 공정한 판결이 어려울 수 있다.

위 법률규정에 의하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회에 100만원, 1년에 합하여 300만원을 넘는 금품 기타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 징역이나 벌금형으로 처벌되며, 수수한 금액이 100만 원 이하라도 직무와 관련성이 있으면 준 자나 받은 자 모두 과태료에 처한다. 100만 원 이하 금품수수에서 '직무와의 관련성'을 구체적 사안에서 판별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또 시행령에 의하면,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어도 식사류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까지 면책된다고 고시하고 있는데, 요식업이나 농축수산업 등 업계에서는 미풍양속과 해당 품목의 유통을 제약한다며 금액 상한선에 대한 논란이 크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부정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행위의 범위가 넓고 조항이 복잡해 그 위반여부를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고 공직자와 국민 사이의 소통과 교류가 경직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나라가 바르면 민심이 순후하고, 관청이 맑으면 백성이 저절로 편안하다(國正天心順 官淸民自安)는 말이 있듯이 일반국민이나 공직자 모두 법률 위반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밝은 양심과 청렴한 소신, 선공후사의 정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수정과 보완을 거쳐, 우려되는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한국 공직사회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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