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브렉시트(Brexit)'가 금융도시 런던을 망치고 있다

원제무

발행일 2016-08-3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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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계화·신고립주의 바람이
우리나라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한국 도시로 옮기도록 하려면
경쟁력 가로막는 규제 없애고
다양한 금융인프라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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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무 한양대 교수
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가 400년 후에 브렉시트(EU탈퇴)를 단행한 후손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당시 '오셀로'와 '맥베스', '리어왕' 등 궁중에서 드러난 권력의 오만, 투쟁 그리고 욕망의 허무를 통해 영국의 서민들이 왕실과 사회를 조롱하도록 만든 뛰어난 사회비평가이기도 하다. 그는 돈 버는 비즈니스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경영자일 뿐 아니라 극작을 통해 서민들의 시름을 보듬어 준 사회의식이 깊은 대문호였다. 경영자로서의 셰익스피어는 아마 금융허브인 런던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 EU잔류를 택했을 것이다. 반면 서민 옹호자로서의 셰익스피어는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에 대한 강한 향수와 유럽대륙에 대한 우월주의를 항상 마음속에 두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EU탈퇴에 동조했을 것이다.

버밍엄대학 마틴 파월교수는 브렉시트를 14세기 농민반란의 현대적 재현이라고 했다. 당시 가혹한 세금과 흑사병으로 시달리던 농민들이 봉기해 런던을 점령하고 캔터배리 대주교와 재무장관을 살해한 사건이다.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요즘 시대의 서민들은 반란 대신 투표용지에다 자신들의 화를 내뱉는다. 그 결과가 브렉시트로 나타난 것이다.

영국인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EU가 영국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는 꼴을 보기 싫었던 것이다. 이로써 브렉시트를 택한 영국국민들은 신고립주의와 탈세계화의 흐름 속에 스스로를 내던진 것이다.

런던은 세계금융의 중심지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금융허브인 런던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런던이 브렉시트 이후 반세계화라는 커다란 역류의 중심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찰스 킨들버거의 '경제 강대국 흥망사'는 일찍이 금융도시로 반짝했다가 사라져 간 도시를 조망하고 있다. 메디치 가문이 장악했던 피렌체와 베네치아, 밀라노 등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은 15세기 금융을 지배했었다. 그러나 해운과 무역이 약화되자 금융이 몰락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17세기 세계금융의 허브로 새롭게 나타난 도시가 암스테르담이다. 선물과 옵션 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최초로 만들어낸 곳이 바로 암스테르담이다. 그러나 프랑스와의 전쟁 등으로 유럽 내에서의 금융기반을 상실하게 된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런던이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부상한다. 1801년 런던 금융거래소가 설립되면서 런던이 본격적인 금융도시로 발돋움한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브렉시트 이후 런던을 대체하고자 하는 유럽 주요도시의 장단점을 제시하였다. FT는 런던의 금융기능을 대체할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를 프랑크푸르트, 파리, 룩셈부르크, 더블린 등으로 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장점은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증권거래소가 입지해 있다는 점이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한 달 만에 프랑크푸르트 도심의 주택임대료는 10%정도 올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요 은행의 본사가 있으면서 문화예술도시인 파리도 유럽의 금융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미국, 유럽계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한국을 떠나고 있다. 39년 전통의 영국의 바클레이스 은행이 한국지점을 폐쇄시켰다. 스위스의 글로벌 금융기업인 UBS도 한국 내에서 은행업을 접고 떠나 버렸다. 독일의 알리안츠 생명도 한국법인을 중국자본에 매각하고 한국 내 사업을 포기하였다.

브렉시트로 인하여 반세계화와 신고립주의의 바람이 우리나라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런던 엑소더스가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한국의 도시로 옮기도록 하는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도시에서도 금융도시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요소인 규제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다양한 금융 인프라와 창조계급, 문화 등을 탄탄히 갖추어 나가야 한다.

/원제무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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