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착한 스토리·강우석표 유머… 자극적 연출없어 가족 관람 '강추'
한국 사극 특유의 스테레오 타입 답습 '영화 몰입도' 다소 반감
■ 감독 : 강우석
■ 출연 : 차승원, 유준상, 김인권, 남지현)
■ 개봉일 : 9월 7일
■ 드라마/전체 관람가/129분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계기는 거장 강우석 감독의 이름값도, 삼시세끼 차승원의 티켓 파워도 아니라 사전에 배포된 4장의 포스터였다.
사계절을 상징하는 듯한 각각의 포스터는 설악산과 북한산, 강원도 양양 등을 떠도는 김정호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저 인물이 배우 차승원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오롯이 초점을 자연 그대로에 맞추고 있다.
주연배우의 원샷 대신 주인공 자리를 꿰찬 천혜 절경의 생생함은 관객들에게 김정호의 삶을 배경으로 한 조선판 로드무비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기 충분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 영화의 오프닝은 '만약 이 영화의 개봉이 한 달만 빨랐더라도 여름 휴가철의 국내 관광객이 배는 늘어나지 않았을까'하는 궁금증을 절로 갖게 한다. 그만큼 훌륭하다.
어가행렬을 쫓아다니며 지도의 오차를 줄이고자 하는 김정호의 열정과 더불어, 그의 어린 시절을 통해 현재는 너무나 당연시하고 있는 지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장면은 관객의 몰입도를 단숨에 끌어당긴다. 이후 김정호가 지도제작을 위해 팔도를 떠도는 신은 속도감 있는 짧은 컷 구성이 아쉬울 정도로 영상미가 넘친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려한 풍광이 주는 상쾌함은 딱 거기까지다. 영화의 포커스가 자연이 아닌 인간으로 점차 옮겨갈수록 영화는 익숙하지만 불편한 한국 사극 특유의 스테레오 타입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 포스터가 주는 참신함을 보고 뭔가 '다름'을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약간의 실망감이 들 법 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는 지도의 우수성을 직접 조명하는 대신 지도를 놓고 벌이는 흥선대원군과 권문세족의 권력다툼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김정호의 지도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능력 있는 재인이 권력의 희생양이 되고 열정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판에 박힌 흐름으로도 읽혀 영화의 몰입도를 다소 반감시킨다.
하지만 현지 로케이션으로만 10만㎞가 넘는 대장정을 통해 담아낸 영상미는 영화의 단점을 충분히 상쇄시키며 오랜 인상을 남긴다. 중간중간 터지는 강우석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도 배우 차승원과 김인권의 케미에 적절히 잘 녹아든다.
무엇보다 자극적 연출 없이 시대적 아픔과 백성의 삶을 다룬 전체 관람가의 착한 스토리는 추석을 앞둔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부담 없는 요소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