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식 칼럼] 선택과 결정의 함정

이남식

발행일 2016-09-0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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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중 복지부문 '32.4%'
빠른 고령화로 비용 더 늘어날 듯
저출산 등 과거사업 살펴보면
인지적 착시에 의한 결정으로
효과 의심되는 부분 많이 발견
함정 알고 있다면 바로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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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세로가 가로보다 길어 보이거나 주변의 색깔에 따라 동일한 색이지만 다른 색깔로 보이는 착시현상(visual illusion)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으며 쉽게 이를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선택과 결정에서 인지적 착각(cognitive illusion)에 의하여 범하는 실수는 우리가 잘 깨닫지 못하며 그 결과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의사결정이 어렵고 복잡할 경우 사람들은 정해진 양식에 의해 결정하게 되며 따라서 양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명한 행동경제학자인 듀크대학의 댄 애리얼리 (Dan Ariely) 교수는 인간의 행동이 이성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여 그간 경제학의 근간이 되어온 인간은 이성적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통념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예로 역사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 통계 중에서 장기기증에 동의한 운전면허 소지자의 비율을 보면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은 4~28%로 낮고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 등은 86~100%로 높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가정마다 장기기증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후에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28%에 머물렀으나 바로 인접한 벨기에에서는 100%를 보였으며 덴마크는 낮은데 스웨덴은 높고, 영국은 낮은데 프랑스는 높은 등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는 통계치인데 이 같은 결과는 오로지 양식의 차이라는 것이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즉 운전면허를 발급 받을 때 양식에 체크하도록 되어있는데 전자의 국가들과 후자의 국가들 양식이 '장기기증에 참여하려면 체크박스에 표시해 주십시오'와 '장기기증에 참여하지 않으시려면 체크박스에 표시해 주십시오'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크들 하지 않았으나 통계의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

다른 예로 '이코노미스트'라는 경제신문의 구독 광고에서 온라인 구독 59달러, 인쇄판 구독 125달러, 인쇄판과 온라인 동시구독 125달러에 대하여 MIT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84%가 인쇄판과 온라인 동시구독을 선택했으며 온라인만 구독하겠다는 비중은 16%에 불과했고 인쇄판만 구독하겠다는 사람은 0%였다. 많은 사람이 인쇄와 온라인 동시구독이 혜택이 크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라인 구독 59달러, 인쇄판과 온라인 구독 125달러로 선택의 폭을 좁혔을 때에 그 결과는 68%가 온라인 구독을 원했고 32%만이 인쇄와 온라인을 동시에 구독하겠다고 답했다. 첫 번째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인쇄판만 구독하는 선택 안이 인지적인 착각을 일으켜 동시구독의 혜택이 훨씬 크게 보이도록 작용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무얼 좋아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외부세력의 영향력을 쉽게 받아드리게 되며, 이러한 여론조사의 결과나 선거의 결과가 중요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함정이 될 수 있다. 착시현상에 비해 인지적인 착각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선택과 결정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이루어지는지 곰곰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예산이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게 된다고 한다. 이중 32.4%에 달하는 130조원이 복지 예산으로 앞으로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복지예산의 비율은 더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재정의 운영에서 인지적인 착시가 일어난다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투입된 과거의 예산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그 효과가 의심되는 부분이 많이 발견되는데 인지적인 착시에 의한 결정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결정에 함정이 있음을 알고 바로 대처한다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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