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인천시청 북카페, 감보다 단 고욤으로

과연 시민발길 이어질까… 어떤 책 놓일지도 궁금
질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지역관련 책 얼마나 될지
작지만 인천수준 깊고 넓게 잘 드러날 수 있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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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올 여름휴가는 서울로 다녀왔다. 산으로, 바다로 달려가는 게 보통의 휴가 풍경인데 그와 반대로 푹푹 찌는 더위에 사람들로 득시글대는 서울로 휴가를 갔다. 느닷없이 서울 구경이 하고 싶어졌다. 인천에 산 지가 20년이 넘다 보니 이제는 인천에 대해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인천과 역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서울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 일이 있을 때 가끔 서울을 들르고는 했을 뿐이다. 인천을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서울을 깊이 있게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우선 서울시청부터 찾았다. 서울의 전체적인 그림이 서울시청에 가야 보일 것 같아서다. 지하철로 연결된 서울시청사 지하 1층에 가서 뜻밖의 책방을 보고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이름하여 '서울책방'. 서울의 온갖 이야기가 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서울책방'에서 취급하는 도서 목록만 150종이나 되었다. 책을 징그럽게도 안 읽는다는 요즘, 판매량은 하루에 10만 원 정도로 매우 적지만 꾸준하다고는 한다. 일정 정도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책방 옆은 작은 박물관이었고 전시장도, 공연장도, 카페도 붙어 있었다. 어디고 사람이 많았다. 서울의 컨트롤타워다웠다.



그 서울시청 지하에서 불현듯 인천시청이 생각났다. 마침 인천시청 청사 1층이 공사 중이다. 중앙홀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북카페, 역사갤러리, 어린이 시정 체험장, 미팅룸 등 갖가지 공간을 만들겠다고 한다. 시민들을 위한 볼거리를 시청 청사에 갖추겠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된다. 자칫하면 전시행정의 표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다. 우선 인천시청은 시민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다. 대민 부서가 많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오가기도 불편하다. 여기저기로 연결된 서울시청과 달리 일부러 인천시청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잘못하면 공무원 휴게실이 될 공산이 크다.

'서울책방'은 서울시청의 수준을 높이는 감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는데, 인천시청 북카페에 어떤 책이 놓일 것인지도 벌써 궁금하다. 인천 관련 책 중에 과연 질적으로 전문가, 또는 대중의 눈높이로 인정받을 만한 게 얼마나 되나 생각해 본다. 손으로 꼽을 만큼 적다. 인천시 유관기관에서 발간한 역사 간행물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대중적 측면에서는 그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10년 단위로 만들다시피 한 '인천시사'와 같은 책은 부끄러울 정도로 오류투성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아져야 할 터이지만 인천시가 책 만드는 수준은 그렇지 못하다.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수준의 높낮이를 얘기할 때 적절한 표현이다. 수준 떨어지는 것이 아무리 많아 봐야 제대로 된 것 하나를 못 따라간다는 의미다. 물론 '고욤이 감보다 달다'는 속담도 있다. 뉘앙스가 약간 다르지만 이 경우 역시 질의 문제를 따질 때 하는 말이다. 겉으로 드러난 크기보다는 작지만 제대로 된 것을 일컬을 때 적확한 표현이지 싶다. 앞에 든 속담의 고욤은 부정적 의미를, 뒤에 것은 긍정적 뜻을 담고 있다. 인천시청 북카페가 앞의 고욤이 되든 뒤의 고욤이 되든 그것은 전적으로 인천시정 역량에 달려 있다. 겉에서 볼 때는 작을지라도 그 인천의 수준이 깊고 넓게 잘 드러날 수 있는 인천시청의 북카페를 기대한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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