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詩, 인천을 짓다·17] 이세기作 '생계 줍는 아침'

인천대학교·경인일보 공동기획

정진오 기자

발행일 2016-09-02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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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줍는 아침

할멈 둘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

살얼음 갯바위 틈새
얼어죽은 한 마리 주꾸미라도 주우려

갯바위를 걸어서
굴바구니 들고 갯티에 가는

생계 줍는 아침

-이세기(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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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책이란 말은 도시에서나 들어맞는다. 엄밀히 말해 섬에서는 '노후'란 게 있지를 않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일을 해야 한다. 손을 쓰지 않고서는 생계를 이을 수 없는 곳이 섬이다. 겨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굴까는 기구인 '좨'를 들고, 굴 담을 바구니를 메고 가는 섬 할머니 둘. 할머니들은 어제도 그제도 그 길을 오갔다.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 지금은 뭍에 나가 있는 자식들을 그 걸음으로 키워냈다. 갯바위 겨울바람은 유난히 시리다. 그 찬 바람을 이겨내며 바다와 맞닿은 섬의 둘레, '갯티'를 지켜왔다. 덕적군도가 고향인 시인은 잘 안다. 할머니들이 늙어가면서 섬의 생계 줍는 아침도 자꾸만 희미해져 간다는 것을. 섬의 생계가 살얼음판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 위 시를 읽고 감상문을 보내주시면 선정과정을 거쳐 인천대학교 기념품, 또는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지은 책 '한국문학의 산실, 인천문학전람'을 드립니다. 감상문 작성은 경인일보 홈페이지(www.kyeongin.com) '인천의 시, 인천을 짓다' 배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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