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 장터사람들·9] 동두천 장터 뻥튀기 장수 이순자씨

30년째 외길 '천하여장부'
행복 커지는 소리 "뻥이요"

경인일보

발행일 2016-09-05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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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의장터사람들 경인일보 연재

오로지 자식위해 힘든일 자처
근면·성실 신조로 '대박' 결실
단골이 준 음료수 하나에 보람
유치원 찾아 봉사활동 적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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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5일마다 열리는 시골장터.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장날이면 꽃단장하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신나고 들뜬 마음으로 장터로 향하던 때가 아련하다. 예나 지금이나 5일 장터에서는 먹을거리, 즐길거리, 볼거리 등 장터를 찾는 사람들의 흥미거리가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뻥튀기는 그야말로 시골장터의 명물이다. 뻥튀기 아저씨 주변에 몰려들어 모르는 사람들끼리 장터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매번 호각을 불며 '뻥이요~!'를 외치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손을 모아 귀를 막는다.

압력에서 탈출한 희부연 김이 한가득 솟고, 강냉이며 튀밥 등 원재료의 10배 쯤 뻥튀겨진 결과물이 망 한가득 쏟아지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 그만한 풍족감이 없었다.

뻥튀기 장수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청각을 모으며 유년의 행복을 소환하는 장터의 감초이다. 그런 각별한 맛과 정을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천하여장부'가 동두천 장터에 있다. 뻥튀기로 대박 난 아줌마 이순자(63) 씨가 주인공이다.

무쇠로 만든 뻥튀기 기계를 다루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아저씨가 많은데 이 씨는 뻥튀기로 성공한 위대한 엄마다. 그녀는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나 연천군 전곡에서 자랐고 마석에서 정착해 살면서 지인의 권유로 뻥튀기를 시작했다.

남자도 하기 힘든 뻥튀기 기술을 배워 오로지 자식을 위해 여자의 몸으로 장터를 돌아다니며 뻥튀기 장수로 30년째다. 처음에는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뻥튀기로 대박이 났다. 장날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고 저녁 늦게까지 뻥튀기 작업을 할 때도 있다.

이 씨는 "가장 보람된 일은 내가 튀겨준 뻥튀기 맛이 좋아 단골로 한다며 음료수를 사주는 손님을 만날 때"라고 한다. 그동안 열일곱이 넘는 남정네들을 뻥튀기 기사로 고용해봤던 이 씨는 추우나 더우나 새벽 4시에 일어나 장터로 나가 장사준비를 한다.

근면과 성실이 신조라는 이 씨는 장현장터(2, 7일장), 마석장터(3, 8일장), 전곡장터(4, 9일장), 동두천장터(5, 10일장) 등에서 뻥튀기 기계를 돌린다. '젊음이 살아 있을 때 열심히 일하고 노후에는 봉사활동 하면서 살겠다'는 아름다운 희망을 꿈꾸는 그녀는 유치원 뻥튀기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쌓였던 일상의 스트레스를 동두천 장터의 뻥튀기 기계에 넣고 돌려 행복바이러스로 튀겨내 보심도 좋을 듯.

/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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