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음악살롱] 시간의 종말

윤중강

발행일 2016-09-0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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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평론가·연출가
'시간의 종말'은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1992)의 작품이다. 포로수용소에서 작곡됐다. 독일이 침공하기 일주일 전, 메시앙은 프랑스군에 입대를 했고 포로가 된다. 1941년 1월 15일, 살을 에는 수용소에서 이 작품이 초연됐다.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를 다룰 수 있는 포로 세 명과 함께, 메시앙이 피아노를 연주했다. 이 작품의 온전한 제목은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다.

다큐멘터리 영화 '시간의 종말'(김대현 감독)은, 이런 메시앙의 음악에서 제목을 가져왔고, 메시앙의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은 모두 여덟 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메시앙의 이런 음악에서 한 부분씩을 가져와서, 모든 악장을 영화속에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메시앙은 이 작품을 쓸 때, 먼저 4악장 '간주곡'부터 썼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앞의 1악장부터 3장을 채워나갔다. 이렇게 네 개의 장을 완성한 후에, 뒤의 네 개의 악장을 순차적으로 써 내려간 거다. 이 작품은 8개의 악장을 각각 의미가 있다. 특히 1악장 '수정체의 예배'부터 7악장 '시간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들을 위한 무지개의 착란'까지는, 우리의 보편적 삶의 일주일과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까지가, 우리네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8악장은 '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이다. 이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시간을 초월한 영원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메시앙의 작품에 거의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정서가 있다. 자연 속에서의 새소리다. 이 작품에선, 제 3악장 '새들의 심연'이 그렇다. 메시앙에 있어서, 현실 속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이자 인간이 신에게 근접하면서 연결되는 매개가 '새소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이런 메시앙의 음악은 양성원이 활동하는 트리오 '오원'과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이 연주를 한다.

올해 초 첼리스트 양성원과 영화감독 김대현은 프랑스를 방문했다. 오래전 한국에 와서 순교한 프랑스 신부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영화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올해로 병인박해(병인순교) 150주년이 된다. 한국의 가톨릭 전파에 있어서 파리외방전교회(外邦傳敎會, Societe des Missions Etrangeres de Paris)의 역할은 중요했다. 다큐멘터리영화 '시간의 종말'은 이렇게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면서, 가톨릭과 박해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한다.

다큐멘터리영화 속 풍경은, 성스럽고, 슬프고, 아름답다. 영화가 중반쯤 되니,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사실 박해란 것이 곧 처형이 아닌가!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가 사람의 목을 베는 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런 장면을 매우 절제하고 있다.

영화는 참 따뜻하다. 메시앙의 작품은 이른바 '현대음악'이고, 난해한 음악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간의 종말'의 8개의 악장의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다큐멘터리영화 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종교적 심성을 아우르고 있다. 영화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가톨릭이라는 종교적인 입장에선 물론이겠지만, 비(非) 종교적인 입장에서 볼 때도 이 영화에 내재된 철학적 사유는 전달된다.

/윤중강 평론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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